[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우대금리 축소·가산금리 인상 영향”

우리은행, 7월부터 가산금리 2%대

금융위 “기준금리 인상 영향” 해명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 18일 금융당국이 금리 역전현상과 급격하게 오르는 예대마진과 관련, 준거금리 탓에 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해명과 달리 은행의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축소가 예대마진 차에 더 큰 영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금융정의연대가 한국은행의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자료와 은행연합회 ‘가계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분석한 결과, 전년도 대비 올해 우대금리가 축소되고 가산금리가 인상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가 2%에 들어서며 전년 동월 대비 0.81% 급등해 4대 시중 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다.

또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2015년부터 2020년 말까지 1.51%p→1.73%p→1.80%p→1.56%p→1.38%p→1.89%p로 오르는 추세를 보이다 2021년 9월 말 2.01%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간 1.3~1.5%였던 예대금리차가 올해 2%p대로 급등한 것이다. 이 중 올해 4월과 8월은 2.07%p로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준거금리 인상은 가산금리보다 대출금리 상승에 적게 영향을 미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시중 대출금리 상승은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실례로 대출금리가 상승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를 분석한 결과 가산금리 상승폭은 평균 0.39%p로 준거금리 상승폭인 0.36%p보다 높았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에 가산금리 인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금융위가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국채와 은행채의 금리가 하반기 들어 상승한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현장에 대해 무지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준거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예금수신금리도 비슷하게 올라야 상식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예대금리 차를 봤을 때 가산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준거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더라도 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은 예금수신금리가 그에 맞게 인상된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차주들의 부담이 커졌음에도 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준거금리 인상 영향이 극대화된 올해 6월 이후 통계를 사용한 것에 대해 현상을 왜곡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또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논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그간 금융위는 시장의 자율성을 언급하며 개입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예대마진 문제는 가격과 관련된 것이라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대출금리 결정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앞서 과거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2016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채권과 대출금리 급등세가 될 경우 금융 전반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역시 2012년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금리 적정성 검사를 시행했고, 2018년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 검사를 진행·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던 당국은 최근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과 예대마진 차가 벌어지며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 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운영 체계를 점검해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적합한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과거 금감원이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것처럼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작년부터 코로나 시국을 경기불황기로 반영해 신용프리미엄과 마진을 불합리하게 산정하고 있지 않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수신금리도 올라야 하나, 현재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봤을 때 수신금리가 제자리인 것을 알 수 있다”며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더라도 불합리한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2017년에는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다면서 시장에 개입했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모니터링을 운운하며 뒷북 점검회의를 하고 여전히 ‘금리는 시장자율성’이라고 발표했다”며 “이번 대출이자 급등은 2017년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여수신 금리 적정성에 대한 시급한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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