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현배아주 오랜 옛날, 일본을 만든 것은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였다. 두 신은 결혼해 바람의 신, 곡식의 신, 강의 신, 항구의 신, 산의 신 등 여러 자식을 낳았는데, 마지막으로 낳은 자식이 불의 신이었다. 그런데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다가 큰 화상을 입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이자나기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를 데려오려고 저승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자나미는 저승에 와서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얼굴에 구더기가 들끓고, 몸이 절반쯤 썩어 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자나기는 그 얼굴
글 신현배옛날에 일곱 왕자를 둔 왕이 있었다. 딸이 없어 늘 섭섭했던 왕은 늘그막에 공주 하나를 얻었다. 그는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왕은 갓 태어난 공주를,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 애지중지 키웠다. 공주는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랐다. 돌이 되었을 때는 아장아장 걸었다.그러던 어느 날 마구간에 들른 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말이 여러 마리 모자라는 것이다.‘흠, 말 도둑이 든 게 틀림없어. 어떤 도둑인지 간도 크네. 궁궐 마구간까지 터니 말이야.’왕은 막내인 아흐마드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왕자들 가운데 가장 씩씩하고 용감한
글 신현배고대 중국을 요임금이 다스리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어느 날,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저, 저기 좀 봐. 태양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한꺼번에 떠올랐어.”“이게 어찌 된 일이지? 하나, 둘, 셋, 넷…. 세상에, 태양이 모두 열 개나 떠올랐어!”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이 한꺼번에 열 개나 하늘에 떠올랐기 때문이다.이것은 아주 끔찍한 재앙이었다. 태양들이 이글거리니 논밭의 곡식은 모두 말라 죽고 나무와 풀이 타들어 갔다. 강물은 펄펄 끓다가 말라 버리고 바위조차 녹아 버릴 정도였다
글 신현배까마득히 먼 옛날, 어느 나라 임금님이 딸 셋을 데리고 살았다. 임금님은 딸들을 몹시 사랑했다.임금님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일 년에 한 번 큰 장이 섰다. 이날은 그 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물건을 사고팔았다.장날이 가까워지자 임금님은 세 딸을 불러 말했다.“며칠 뒤면 우리나라에 큰 장이 선단다. 나도 그날 장에 가려고 하는데,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이야기해 보아라. 무엇이든 사다 주마.”세 딸은 무엇을 사 달라고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먼저 큰딸이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저는 금빛 찬란한 옷
글 신현배 옛날 알프스 산맥의 동남쪽 끝에 자그마한 왕국이 있었다. 이 왕국은 기암절벽으로 뒤덮인 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왕은 어질고 현명했고, 백성들은 착하고 부지런했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모두가 잘 먹고 잘살았다.그런데 왕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망상에 빠진 것이다. 왕자는 늘 이런 말을 했다.“달에 가고 싶어요. 달나라를 여행하고 싶단 말이에요.”왕자는 자나 깨나 달에 갈 생각에 골몰했다.‘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를 잡아탈까? 아니야,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구름을 잡아타는 게 나을 거야. 독수
글 신현배신들의 왕 오딘은 신들의 나라인 아스가르드를 떠나 인간들의 세상인 미드가르드를 곧잘 여행했다. 인간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어느 날 오딘은 의형제를 맺은 말썽꾸러기 불의 신 로키와 미드가르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걸어가다가 요툰헤임 근처에 이르렀다.요툰헤임은 거인족들이 모여 사는 나라였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워낙 메마른 땅이어서 그런지 그 근처 어디에도 나무 열매 하나 없었다. 오딘과 로키는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몹시 시장했다. 로키는 먹을 것
글 신현배 옛날 어느 나라에 ‘수톤’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하루는 왕비가 왕에게 말했다.“전하, 사슴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사슴을 잡아 주십시오.”“알겠소. 당장 사슴을 잡아 오리다.”왕은 활 잘 쏘기로 유명한 사냥꾼을 불러 산에 가서 사슴을 잡아 오라고 명했다. 사냥꾼은 왕의 명을 받들어 곧장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는 사슴이 잘 다니는 길목이 있었다. 사냥꾼은 그 길목을 지키고 앉아 사슴을 기다렸다. 사냥꾼이 숨어 있는 곳에서는 골짜기가 내려다보였다.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냥꾼은 골짜기에 눈을 주고 있다가 깜짝
글 신현배옛날 어느 밀림에 아이가 없는 추장의 아들 부부가 있었다.젊은 부부는 마주 앉기만 하면 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는 결혼한 지 오래되었는데 어째서 아이를 낳지 못할까요?”“그러게나 말이오. 아이를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할 텐데.”어느 날, 아내가 밖에 나갔다가 기쁜 얼굴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이를 얻을 좋은 방법이 있대요. 야자나무에게 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정성스레 빌면 야자나무가 소원을 들어 준다는 거예요.”“그게 정말이오? 당장 숲속에 가서 야자나무에게 빕시다.”“보통 야자나무에게 빌면 안 되
글 신현배옛날 폴란드의 포비실레 지방을는 흐르는 비스와 강에 인어들이 살고 있었다. 인어는 허리 위는 사람이고 허리 아래는 물고기인데, 해가 뜨면 수면 위로 올라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온종일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는 강바람을 타고 멀리 떨어져 있는 부크 강까지 울려 퍼졌다.날이 저물면 인어들은 노래를 그치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인어는 보름달이 뜨면 홀로 남아 밤새도록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그 인어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맑았다. 귀를 기울이면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종달새 울음소리 같기도 했
글 신현배 옛날 미국의 어느 마을에 딸 둘을 데리고 사는 어머니가 있었다. 큰딸은 로즈, 작은딸은 브랜시였다. 로즈는 성미가 고약하고 심술이 많았으나, 브랜시는 마음씨가 착하고 욕심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브랜시보다 로즈를 더 사랑했다. 그것은 로즈가 자신을 쏙 빼닮아서였다.어머니는 로즈에게는 전혀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리하여 로즈는 날마다 빈둥거리며 놀고먹었다. 하지만 브랜시는 달랐다. 어머니가 집안일을 모두 브랜시에게 시켰기 때문에 브랜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어느 무더운 여름날, 브랜시는 물을 길어
글 신현배 데메테르는 대지의 여신이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여 곡식과 과일을 익게 하고 가축들을 살찌게 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데메테르를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했다.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귀여운 딸이 있었는데 몹시 아름다웠다. 페르세포네의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는 신이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는 시칠리아 섬의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시칠리아 섬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어, 그녀는 그곳에서 꽃을 꺾으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는 마차를 타고 다니다가 우연히 페르세
글 신현배 옛날 에레크의 왕 길가메시는 동방에서 가장 용감하고 싸움 잘하는 왕이었다. 그는 삼분의 이는 신이고 삼분의 일은 사람인데 그와 맞서 싸워 그를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길가메시는 백성들을 힘으로 다스렸다. 아무 젊은이나 강제로 끌고 와 허리가 휘도록 일을 시켰으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첩으로 삼아 버렸다. 백성들은 길가메시의 횡포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길가메시를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달라고 하늘의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천신은 백성들의 기도를 듣고는 아루르 여신을 불러 말했다.“그대가 옛날에 진흙
글 신현배일본 야마가타 지방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 있다. 굴거리나무 가지에 경단(찹쌀, 수수 따위의 가루를 반죽하여 밤톨만 한 크기로 둥글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 건져 고물을 묻힌 떡)을 꿰어 정월 보름날 아침에 문 위에 거는 것이다.그런데 이 일을 마치고 나서 아이들이 즐기는 또 다른 풍습이 있다.그것은 경단 삶은 물을 들통(속이 깊고 큰 들손이 달린 통 모양의 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담아 들고 정원이나 과수원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이때는 반드시 도끼를 든 아이가 따라가야 한다.정원이나 과수원에 가서
글 신현배당나라 측천무후 때에 한 선비가 나라의 명을 받아 사신을 모시고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들이 갈 곳은 바다 건너에 있는 신라국이었다.사신 일행은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파도가 산처럼 높아졌다. 배는 금세 뒤집어졌고 선비는 물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비는 눈을 떴다.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이제 정신이 드십니까?”“여기가 어디죠?”“장수국입니다. 동해바다에 있는 섬나라이지요. 파도에 떠밀려 온 것을 저희들이 구해서 데려왔습
글 신현배옛날 어느 인디언 부족 마을에 부모님을 여읜 고아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형제자매도 없고 친척도 없었다. 하지만 부족 사람들은 소년에게 먹을 것을 주고 정성스레 돌봐 주었다. 특히 인디언 남자들은 사냥을 떠날 때 언제나 소년을 데리고 갔다. 그리하여 소년은 훌륭한 사냥꾼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그는 부족 사람들에게 ‘스카페이스’라고 불리었다. 스카페이스는 인디언 말로 ‘흉터 난 얼굴’이란 뜻이다. 그는 커다란 회색곰을 물리친 적이 있는데, 그때 얼굴에 상처를 입어 그것이 흉터로 남았다. 젊은이는 얼굴의 흉터를 처음에는 대수롭
글 신현배텔레피누는 곡식들을 가꾸고 가축들을 돌보는 농사와 풍요의 신이었다. 사람들은 텔레피누 때문에 굶주리지 않고 편안히 잘 살아갈 수 있었다.“올해 농사도 풍년이네. 이게 다 텔레피누 신이 우리를 돌봐주신 덕이야. 텔레피누 신에게 제사를 드리자구.”히타이트 사람들은 추수를 끝내면 신전에 제단을 차려 놓고 제물을 바쳐 정성스럽게 제사를 드렸다. 그러고는 며칠 동안 먹고 마시며 흥겨운 축제를 벌였다.그런데 어느 해 가을, 사람들은 텔레피누 신에게 제사 드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해는 다른 해보다 농사가 잘되어 창고에는 추수한
글 신현배신이 이 세상을 창조할 때 하늘과 땅 다음에 만든 것이 해였다.신은 불을 피우고는 그 불덩이를 떼어 둥글게 빚어 해를 완성했다.신은 그다음에 달을 만들기로 했다.‘불이 엄청 뜨거워 반죽을 하기 힘들단 말이야. 얼음에 식혀야겠다.’신은 불을 얼음에 식혔다. 그러고는 불덩이를 떼어 둥글게 빚었다. 그리하여 달이 완성되었다.신이 달을 빚을 때 불의 부스러기들이 떨어졌는데, 이것들은 고스란히 별이 되었다.해와 달이 신에게 물었다.“저희들은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하죠?”신이 대답했다.“너희들에게 할 일을 줄 테니 잘 들어라. 해는 아
글 신현배 까마득히 먼 옛날,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형제를 불러 말했다.“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흙을 잘 반죽해서 온갖 동물들을 만들어라. 특히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간을 새로 만들어라.”“알겠습니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티탄’이라는 거인족이었다. 제우스는 티탄과 큰 싸움을 벌였는데, 이때 프로메테우스 형제는 제우스 편을 들어 무사할 수 있었다.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진흙밭을 찾아가 진흙을 물에 반죽해
글 신현배옛날 어느 마을에 형제가 살았다. 형과 동생은 부모님에게 똑같이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동생은 부자가 되어 있고, 형은 가난뱅이가 되어 있었다. 형은 끼닛거리를 걱정해야 할 만큼 살림이 어려웠다. 게다가 딸린 식구가 많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야 했다. 끼닛거리가 떨어진 날, 형은 동생을 찾아가서 사정했다.“너도 알다시피 나한테는 자식이 열 명이나 있지 않니.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구나.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을 테니 양식 좀 꾸어 다오.”동생은 한심하다는 듯 형을 쳐다보았다.“형
글 신현배세상이 처음 열린 때에는 바다 신인 남무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무에게서 하늘 신인 안과 땅 신인 키가 생겨났다. 그리고 안과 키가 결혼하여 바람 신인 엔릴을 낳았다.어느 날, 엔릴은 강가를 거닐다가 닌릴이라는 여신을 보았다. 닌릴은 강에서 배를 타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엔릴은 닌릴을 넋 없이 바라보았다.‘오, 아름다운 여신이로구나. 눈, 코, 귀… 예쁘지 않은 곳이 없어.’닌릴에게 반한 엔릴은 닌릴이 배에서 내리자 홀린 듯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닌릴 앞에 무릎을 꿇었다.“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여신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