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를 잇달아 닫으면서, 연말 이사와 주택 구입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출 중단은 단순한 금융 정책 조정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특히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둔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대출을 받아 이사하려 했지만 대출 창구가 닫히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조치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요은행들이 신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잠정 중단조치를 취해 대출 시장은 사실상 연말까지 ‘멈춤 상태’에 놓였다. 은행 창구에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폭주하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출 절벽’의 배경에는 6.27 대출 규제가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를 이유로 하반기 대출 총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이에 은행들은 주어진 한도를 빠르게 소진했다.
규제 시행 직전 ‘막차 대출’ 수요가 몰린 것도 소진 속도를 더욱 높였다. 그 결과 대출 의존도가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전문가들도 “대출 규제의 부담이 서민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역시 연말 대출 한도 소진으로 은행 창구가 줄줄이 닫혔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계획은 매년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 억제보다 현금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고자산층은 규제와 무관하게 매입을 이어갈 수 있지만, 대출이 필수인 서민들은 시장에서 배제된다. 결과적으로 주거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제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 해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나 청약 당첨자, 전세 잔금 대출 수요자 등은 최소한 대출 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계약을 했는데도 대출이 막혀 이사를 못 하는 상황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총량관리라는 거친 규제만으로 시장을 다스리려 하기보다,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 접근성 보장을 최우선에 두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와 청약 당첨자, 전세 잔금 대출이 필요한 서민층 등은 예외적으로 보호되고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단순한 금융 영역을 넘어 국민들의 삶, 가족의 안정, 사회적 이동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실수요자를 위한 촘촘한 보호 장치 없이 이뤄지는 대출 규제는 시장의 건전성도, 사회적 신뢰도 지킬 수 없다.
정부와 금융권은 지금의 대출 절벽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주거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