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5898_794716_5429.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그간 꽉 막혔던 은행 가계대출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먼저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했던 NH농협은행이 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한다. 하나은행 역시 판매 중단했던 신용대출과 부동산대출을 재개할 방침이며, KB국민은행은 전세·잔금대출의 규제를 다소 풀었다.
일부 은행이 대출을 재개하며 완급 조절에 나서는 상황에서 문제로 작용할 것은 가파르게 상승한 대출금리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며 은행권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당국 책임론’을 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수준에 대해 살펴보겠다며 구두 압박에 나서자 은행권 내에선 그간 깎았던 우대금리를 다시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풍선효과로 대출이 몰릴 수 있어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은행, 대출 판매 재개… 실수요자 숨통 트이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지금까지 국민은행은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 방식 모두 대출자가 원금 일부를 대출 기간 중 갚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서민의 자금 부담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시 상환 방식을 부활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으로 ‘KB시세’와 ‘감정가액(KB시세가 없는 경우)’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도 했다. 지난 9월 29일 국민은행은 잔금대출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잔금대출에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한도가 상당 폭 줄었다. 그러나 앞으로 분양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다시 1차 기준이 돼 대출자의 잔금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월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작년 말 대비) 7%를 넘어서자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18일 전세자금대출만 다시 시작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아파트론)을 다시 취급하기로 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도 전면 재개한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신용대출과 부동산대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12일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 사잇돌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직장인 사잇돌 대출의 신규를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풀린 대출 대상은 중·저신용 고객 한정이다.
◆대출금리·이자장사 지적에 딜레마 빠진 은행권
이처럼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문턱을 조금씩 낮추는 것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돼 대출 총량 관리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최근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조건부로 가계대출 총량관리 수치에서 제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지난 몇 달간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깎아온 우대금리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은행이 지나치게 대출금리를 올려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금융당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금리 산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한지 보겠다고 예고하면서 우대금리 일부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개별 은행이 어떤 식으로 대출·수신 금리를 산정하는지 (관련 자료를) 받아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합리적이고 투명한지를 보겠다”며 “(자료를 보고) 어떤 조처를 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구두 압박에 나서자 은행권은 ‘우대금리 부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우대금리보다 가산금리로 인한 영향이 컸기 때문에 대출금리 하락폭은 다소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서민금융 제외)의 우대금리는 평균 0.04%p 줄어드는 동안 가산금리는 0.35%p 올랐다.
우대금리를 다시 되살려 금리를 내리더라도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금리가 낮은 쪽으로 차주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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