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일 진주시장(왼쪽)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31일 오후 2시 30분 의령군청 4층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은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 지역에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5.31
조규일 진주시장(왼쪽)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31일 오후 2시 30분 의령군청 4층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은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 지역에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5.31

수도권 건립 발언에 지역반발

“전국 미술관 40% 수도권에”

“예술품 수도권 편중 줄여야”

“문화 빈곤상태 남부권으로”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경남 진주시와 의령군이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2만 3000여점에 달하는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일명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규일 진주시장과 오태완 의령군수는 31일 오후 2시 30분 의령군청 4층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은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 지역에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조 시장이 제안하고 오 군수가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조 시장은 “정부가 2019년부터 박물관·미술관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추진하면서 수도권 문화 집중현상이 가속화됐다”며 “반면 지역의 미술관 대부분이 광역시나 도청소재지 등 대도시에 쏠려 있어 지방은 콘텐츠 부족으로 문화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 정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발언은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거스르고 관람자의 접근성만을 고려한 단편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며 “이는 ‘문화 분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국가발전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이 남부권에 건립되면 빈약한 예술 인프라가 확충돼 문화 균형발전이 실현될 뿐 아니라 관광 활성화로 위축된 지역경제도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문화 혜택이 부족한 남부권에 이건희 미술관과 같은 새로운 문화시설이 과감히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진주시의 문화예술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2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2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6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100일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에서 또 한 번 지역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발언이 나와 지역민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최근 이건희 미술관 건립 장소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감상할 수 있는 곳에 건립하고 유치경쟁 과열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수도권에 짓겠다는 말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주 문화예술인들은 “‘비수도권 건립이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국고손실 우려가 있다’는 식의 발언은 지방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편중현상을 줄이고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국 267개 미술관 중 39%인 105개, 소장품의 43.7%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으며 최근 3년간 국립예술단체 문화예술공연의 82%가 서울에서 진행됐다”며 “이미 수도권은 이건희 컬렉션 수준의 작품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에 건립해도 ‘빌바오 효과’는 없고 손실로 이어진다는 편향적인 발언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조규일 시장은 지난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17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일명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17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일명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7

타 지자체와는 달리 시설과 장소가 구비돼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는 2025년까지 구 진주역으로 이전할 국립진주박물관 자리에 이건희 미술관을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규모 특별관도 짓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진주는 ‘기업가 정신’이 태동한 터전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진주 지수면은 기증자인 이 회장의 선친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유년 시절 다녔던 지수초등학교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이병철 회장뿐 아니라 LG 구인회 회장, GS 허만정 선생, 효성 조홍제 회장 등 시대를 풍미한 기업가들을 길러냈다.

실제로 진주시는 지난 2018년 7월 한국경영학회로부터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의 수도’로 지정되면서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빌바오 효과’란 진주시와 비슷한 35만명의 인구수를 근근이 이어가던 공업도시 스페인 빌바오 시가 1997년에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로 한해에만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했던 효과를 일컫는다.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전경.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21.5.17
오는 2025년까지 구 진주역 철도부지으로 이전하는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현재의 박물관 건물은 진주시 소유로 이관될 예정이다.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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