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2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6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2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26

문체부장관 발언에 지역 반발

“전국 미술관 40% 수도권에”

“예술품 수도권 편중 줄여야”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정부가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던 경남 진주시의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진주문화원·한국예총진지주회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2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100일을 맞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에서 또 한 번 지역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발언이 나와 지역민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최근 이건희 미술관 건립 장소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감상할 수 있는 곳에 건립하고 유치경쟁 과열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수도권에 짓겠다는 말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주 문화예술인들은 “‘비수도권 건립이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국고손실 우려가 있다’는 식의 발언은 지방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편중현상을 줄이고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에 건립해도 ‘빌바오 효과’는 없고 손실로 이어진다는 편향적인 발언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2만 3000여점에 달하는 미술 소장품 기증과 관련해 별도의 전시실이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를 위한 미술관·박물관·수장고 건립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대구·수원 등 규모가 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유치전이 본격화됐다. 반면 ‘이건희 미술관’은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고 예술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이 아닌 영호남을 아우르는 지역에 건립해야 한다는 견해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진주지역 예술인들은 “전국 267개 미술관 중 39%인 105개, 소장품의 43.7%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으며 최근 3년간 국립예술단체 문화예술공연의 82%가 서울에서 진행됐다”며 “이미 수도권은 이건희 컬렉션 수준의 작품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진주와 같은 지방도시에 이건희 미술관과 같은 새로운 문화시설이 과감히 들어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17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일명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17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전시할 일명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5.17

이에 앞서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주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유치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타 지자체와는 달리 시설과 장소가 구비돼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전할 국립진주박물관 자리에 이건희 미술관을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규모 특별관도 짓겠다고 약속했다.

시 유치계획에 따르면 현재 진주성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오는 2025년까지 구 진주역 철도부지에 이전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국비 6억원을 확보하고 현재 이전사업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전체면적 1만 5000㎡에 총사업비 700억원 규모의 박물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국립진주박물관이 구 진주역 철도부지로 이전하면 이 공간에 시는 100억원을 투입, 리모델링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의 분원과 이건희 미술관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빌바오 효과’란 진주시와 비슷한 35만명의 인구수를 근근이 이어가던 공업도시 스페인 빌바오 시가 1997년에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로 한해에만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했던 효과를 일컫는다.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전경.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21.5.17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전경.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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