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블랙. (제공: 농심)
새우깡 블랙. (제공: 농심)

서민식품 ‘라면’ 2000원대

4000원대 ‘막걸리’까지

엇갈린 ‘소비자들’ 반응

괜찮은 것 같다vs과하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하림·SPC삼립·농심 등의 식품업계의 제품들을 두고 고가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좋게 말하면 ‘프리미엄 라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최근 배구 김연경 선수를 내세워 식빵 3장과 김연경 스티커로 구성된 ‘김연경 식빵’을 출시해 1개당 1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심의 새우깡 블랙, 하림의 The미식 장인라면, 대한제분의 표문막걸리, 제주맥주의 커피 골든에일 등이 고가 전략을 펼친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국민 과자라고도 불리던 새우깡 블랙은 농심이 50주년을 맞이해 블랙 트러플(송로버섯)을 접목한 제품이다. 블랙 트러플은 트러플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산이다. 새우깡 블랙 가격은 1500원으로 기존 제품(1000원)보다 50%나 더 비싼 것이다.

흔히 ‘이정재라면’이라고 불리는 장인라면은 봉지면 2종으로 출시됐으며 분말 스프가 아닌 농축된 액상이 사용됐다. 액상소스는 사골,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양파와 대파와 함께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가 들어갔으며 20시간 동안 우려냈다는 게 하림 측의 설명이다.

하림 관계자는 “자연의 신선한 식재료만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은 기존 라면(1650~1880㎎)보다 적은 1430㎎이다. 라면의 경우 대부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고자 오랜 시간 공들인 하림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The미식 장인라면. (제공: 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The미식 장인라면. (제공: 하림)

다만 라면은 보통 ‘서민식품’이나 ‘가성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만큼 다른 제품보다 가격에 민감할 수도 있는 게 라면이다. 이러한 가운데 라면업계는 지난 8월부터 상승하는 인건비, 물류비, 원자재 가격 등을 이기지 못하고 오뚜기,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대다수의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바 있다.

장인라면의 가격은 봉지라면 2200원, 컵라면 2800원이다. 오뚜기의 진라면(봉지 770원)과 비교하면 3배가량 비싸다. 라면업계에서의 프리미엄 제품이 꾸준한 인기를 얻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퀄리티가 좋더라도 건강을 내세운 라면에 소비자들이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가격만 비싸다고 느낀다면 호응을 얻는 것은 힘들다고 풀이된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건강과 관련된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타거나 한다면 그만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비자들은 ‘또 사먹을 것 같지는 않다’ ‘4개에 1만 7600원인데 개당 2200원꼴이니 무지 비싸긴 하다’ ‘누가 라면을 먹으면서 건강을 찾나’ 등과 ‘다른 라면 먹었을 때보다 속은 편하다’ ‘덜 자극적인 라면 찾는다면 추천한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하림이 라면 시장에 진출하려면 가격 경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고가 정책에 맞게 좋은 식재료로 만든 것 같다”며 “한국인은 라면에 익숙해 어쩌면 익숙한 맛에 더 끌릴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좋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모델들이 GS25에서 표곰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공: GS리테일)
모델들이 GS25에서 표곰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공: GS리테일)

MZ세대로부터 ‘아재술’을 넘어 ‘인싸술’로 인식되는 막걸 리가 인기를 끌자 대한제분은 한강주조와 협업해 표문막걸리를 선보였다. 가격은 4500원이다. 표문막걸리는 GS25에서 판매되는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1600원~2000원대다. 이에 비하면 표문막걸리도 3배가량 비싼 편이다.

제주맥주의 커피 골든에일도 병당 1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커피 골든에일은 블루보틀의 대표 블렌드인 ‘쓰리 아프리카스’가 황금빛 맥아, 시트라 홉과 함께 제품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로 활용됐다.

업체들은 보다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 대비 큰 차이점가 없으면서도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과 관련해 모르겠다, 과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SNS를 통해 이러한 업계의 변화를 두고 “프리미엄 제품들이 소비자에게는 가격의 부담이 크게 다가오는 게 맞다”며 “프리미엄이라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보다 기능과 가격 차별화로 소비자 선택권이 더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올리는 제품들이 지속 나오고 있어 이에 다른 기업들도 따라서 고가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최근 지속 상승하는 물가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2%로 9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으며 올해 연말까지 3%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