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이 마무리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DB](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5/3136536_3164802_625.jpg)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이렇게 무능한 수사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피해액이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폰지사기 의혹 와콘의 상위 기업 SAK-3(싹쓰리) 피해자 단톡방 방장 A씨가 최근 한 말이다. 지난해 초 5억원 넘게 투자했다가 1년 넘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다수당이 자신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 검경수사권을 조정했다. 검수완박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어 그 직접적인 피해를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수사지휘를 했더라면 이미 김모씨(싹쓰리 대표), 강모씨(핵심 피의자), 지분자들(변영오 와콘 대표 등 6명), 모집책 중 전과가 있는 자들은 구속이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해 “하기 싫어하는 느낌만 받았다”며 “인지수사, 강제수사로 전환하고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사전 영장치고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한심하다”고 한탄했다.
문재인 정권 말 검수완박법으로 개정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서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됐는데, 사건을 지체하거나 진행 중 무혐의를 내리면 손도 못 써보고 사건 자체가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 늦장 수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사가 늦어질수록 증거를 인멸할 시간이 늘어난다. 폰지사기의 경우 구속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피해를 양산한다. 이에 따라 수사가 늦춰질수록 피해자들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3천억원 이상의 피해액을 낳은 워너비그룹만 보더라도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수사 의뢰로 경찰이 지난해 6월 압수수색을 했지만, 아직까지 수사 중이다. 워너비그룹은 경찰 수사를 비웃듯이 현재도 신규 사업을 벌여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수사가 늦어지는 건 비단 워너비그룹뿐만 아니다. 천지일보가 지난해 9월부터 단독 집중취재 보도한 폰지사기 의혹 업체인 와콘(싹쓰리),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GBC인터내셔널(삼익영농조합) 모두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가 공통점으로 꼽힌다.
피해액이 각각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사건임에도, 나아가 피해가 확산할 것을 불 보듯 뻔히 보이는 사건임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휴스템코리아와 와콘의 경우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2억여원의 고액 수임료를 수수해 전관예우 의혹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경찰청 금융수사대와 광역수사대로 이첩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휴스템코리아는 지난해 6월 폰지사기 의혹으로 첫 고발된 이후 8월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과 관계자·법인 등 10명이 서울시민생경찰단에서 지난해 12월 13일 구속하기 전까지 경찰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회장과 관계자들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후에도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프로모션을 진행해 약 5000명을 신규 가입을 시켜 약 500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1월 16일부터는 F4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회원 대상에 추가 가입시켰으며, 당초 가입 제한연령이 70세까지였는데 75세로 늘려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이때 가입자들은 넣은 재산 중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물론 경찰 수사가 늦어지는 데는 사기 범죄 건수가 많은 이유도 있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전체 범죄는 11% 줄었지만, 사기 범죄는 41% 늘었다. 반면 최근 5년 사이 사기 검거율은 역대 처음 50%대를 기록해 5년 전 대비 20%p 넘게 급락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은 총 55만여건에 달한다.
늦장 수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건 브로커들에게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등 경찰과 범죄자와의 커넥션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에는 전남경찰청 간부 5명이 제3자뇌물교부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브로커 등 중간 전달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승진 청탁을 들어준 의혹을 받는 2021년 당시 김재규 전남경찰청장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던 지난해 11월 경기 하남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GBC인터내셜의 경우 1년이 지나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김정준 회장이 강남경찰서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서울 강남 선릉역쪽에서 불법 다단계 사건으로 터지면 로비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외에도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수백·수천억원대의 사기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원조 기획부동산’ ㈜케이삼흥 회장 김현재씨가 원금보장을 약속하고 고배당을 지급하다가 돌연 출금을 정지해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금융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급기야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 재산에다 수억원을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출금이 막혀 한 달에 이자만 수백만원을 메우기 위해 투잡·쓰리잡으로 쉼 없이 일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기소 전 몰수 추징 보전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보전하고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사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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