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후 서울역 서부역 택시승강장 부근에서 급발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차 그랜저 택시가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정차 중이던 현대차 아이오닉5 택시를 들이받으면서 카카오택시에서 하차하던 여성 승객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중경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주변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며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해 6월 4일 서울역 서부역 택시승강장 부근에서 급발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차 그랜저 택시가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정차 중이던 현대차 아이오닉5 택시를 들이받으면서 카카오택시에서 하차하던 여성 승객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중경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주변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며 복구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6.04.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올해 들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와 관련 업체들의 실적 발표 당시 저조한 실적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때마다 단골로 나왔던 표현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시장 성장에서 둔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성장 둔화가 나타난 데에는 ‘신문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장 먼저 신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층이 어느 정도 구매를 마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기준)는 313만 9000대로 전년 동기(260만 8000대) 대비 20.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등록 전기차의 성장률(33.4%)보다 13%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26.8%로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고, 이어 아시아(중국 제외) 16%, 북미 15.3%, 유럽 8% 등이 증가세로 집계됐다.

글로벌로는 전기차 성장률이 감소한 정도로만 보이지만 한국 전기차 시장은 성장률에서 감소가 아닌 판매량에서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수입차 포함)은 15만 7823대로 지난 2022년(15만 7906대) 대비 0.1% 줄었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판매 규모는 1만 1253대로 지난해 4월(1만 5559대) 대비 27.7%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폭발 성장에 따른 경착륙으로 캐즘 현상이 일어난 것일 뿐 정상 범위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성장률이 줄어들었더라도 20~30%의 성장률은 적당한 성장세라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보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 성장이 적은 것은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전기차 화재, 한국의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기차 업체들은 신제품이 나온 후 초기에 구매하는 얼리어답터 이후에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인 ‘얼리 메이저리티(early majority)’층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저가형 모델을 확대해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상품성은 높이고 가격을 동결, 각종 할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계속 추진 중이며 23일 기아의 세 번째 E-GMP 모델인 ‘EV3’를 글로벌에 공개하고 오는 7월 중에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지난 22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부분 변경된 ‘더 뉴 EQA’와 ‘더 뉴 EQB’를 출시하고 이르면 내달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가 소형 SUV 캐스퍼 EV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단순 저가형 모델, 가격 동결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 수는 없어 보인다. 소비자는 차량을 구매할 때 안전성도 본다. 전기차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도 많다. 전기차는 급발진, 화재 등 안전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것인지 지난 21일 벤츠코리아는 처음으로 전기차와 전기차가 시속 56㎞로 충돌하는 안전성 평가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에서 관계자는 전면 충돌 실험으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 업체들이 급발진과 충전 중 화재 관련해선 아직 충분한 설명이 부재한 상태다.

자동차 업체마다 안전은 늘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가려움은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급발진과 관련해 업체들은 “차량엔 문제없다” “운전자 미숙이다”로 일관해선 안 된다. 베테랑 택시 운전기사가, 생계와 직결된 운송기사가, 누군가의 가족일 소비자가 목숨을 담보로 그 같은 행위를 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2만~3만개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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