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이 96% 변제 받아
“법원출석·엄벌탄원서 중요”
“1심서 최대한 형량 높여야”
“항소심 3차까지 합의 대기”
“가족에게 알리고 건강 주의”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리딩방 사기를 당해 고소한지 약 2년 정도 지나 피해 금액의 96%를 돌려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변호사 선임 없이 2억원을 변제 받았다는 이 사연자는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 출석’과 ‘엄벌탄원서 제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전하고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했다.
4일 사기 척결을 추구하는 네이버 카페 ‘백두산’에 따르면 ‘피해금 2억 변제 받았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게시자 A씨는 “희망을 잊지 말라”며 사기 피해자들에게 “저들(사기꾼들)은 사기를 위해 각본을 짜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시작했다”며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범죄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하든 피해금을 회복하도록 하던 그들 행동에 책임을 꼭 지워 달라. 모두 건투를 빈다”며 피해 복구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게시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말 사기 고소를 시작으로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해선(해외선물)거래소 리딩방 사기로 고소했고 피고는 1심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지난 1일 형사 합의로 2억원을 받았다. 전체 피해액에서 1천만원 정도 부족하지만, 96%에 달하는 금액이다.
합의 전까지 과정에서는 다른 피해자들과 많은 상의, 법원에 출석하는 것과 엄벌탄원서를 많이 썼다고 했다. 공판에 참석해서 피고인들의 주장을 들어보고 반박 증거를 고민하는 한편 같은 피해자들과 공유해 유죄가 될 만한 증거들을 계속 찾아서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A씨가 공개한 구체적인 환수 성공 사례를 보면 전기통신금융사기·사기·유사수신행위위반의 법을 정독·다독해 유죄가 되는 피해 사실을 정리하고, 증거를 모았으며 경찰 고소장·진정서 작성 시 법리에 맞는 유죄 증거와 기록을 준비했다. A씨는 “피고가 피해자 주장의 다른 측면으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으니 단어·문장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기소 후엔 법원의 공소장을 열람·복사하고 진행 상황 파악을 위해 공판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고 측에서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고 무죄로 빠져나가려는 변호가 계속되기 때문에 공판에 참석해 추가로 유죄와 반박할 증거도 찾고, 무죄 가능성 있는 변론에 반박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반박 자료는 논리적으로 간결하고 간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변제를 받기 유리한 입지에 서기 위해 엄벌탄원서를 검사에게도 제출해 1심에서 최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1심에서 피고인은 합의보다 형량에 주력한다. 막판에 형량이 높겠다고 생각될 때 합의가 이뤄진다”며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발송할 때 담당 검사에게도 1부 같이 보내면 구형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해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A씨는 “경찰서 접수 및 백두산 카페 등 수없이 피해금 회수는 포기하라는 소리를 들으셨지 않냐”며 “조금이라도 회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항소심 3차 공판까지 억누르라”고 조언했다.
A씨는 1심 3차 공판 직전 실제 피해 금액의 40% 변제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피고의 책임이 크다고 여겨 60%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항소심까지 갔다.
A씨는 “공판에서 5분 정도 발언할 수 있는 진술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라”며 “공탁금회수동의서가 있는데 탄원서든 공판 진술 중이든 내 합의 의사 없이 공탁금으로 감형되지 않기를 피력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넣은 공탁금은 해당 피해자만 수령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소액을 공탁하고 감형을 꾀한다”며 “공탁금회수동의서를 제출하면 합의 노력을 했다는 감형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환수 과정이 오래 걸린다며 건강에 주의하고 피해 사실을 가족에도 알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도 (피해 당한 지) 3년차지만 피고 한 명 기소됐다”며 “(환수 과정이) 오래 걸린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리딩방에 있던 피해자님, 그리고 다른 사건의 피해자님들과 의견·정보 공유하며 으쌰으쌰한 것이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속병 생길 수 있으니 느긋하게 마음먹으시라”며 “병원 도움도 받으시라. 굳건해야 지치지 않는다. 전 병원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책하지 마시라. 작정하고 접근한 사기꾼을 피하기는 어렵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 속상하다 표현하라”며 “이 일로 심리가 불안하다보니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식들도 덩달아 영향 받고 불안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접한 사기 피해자들은 축하한다며 도움이 많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는 “고생 많으셨다. 그리고 축하(?)드린다. 도움 많이 됐다. 저도 변제 후기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편 폰지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와콘, 워너비그룹, 케이삼흥, GBC인터내셔널(삼익영농조합), 솔루션믹스 등의 피해자들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후유증이 커 가족을 못 알아보기도 하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하반신 마비가 됐다는 등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