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대란 머지포인트, 56만 8천명에게 판매… 피해액 1천억원
대법원, 대표 남매에 각각 징역 8·4년 53억원 추징 명령 선고
와콘·휴스템코리아도 머지처럼 뚜렷한 ‘수익구조’ 설명 못해
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벌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현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2년 3개월 전 2021년 8월 11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돌연 머지머니 판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그 이튿날부터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본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 수백명이 구름떼 같이 몰려와 본사 5층은 물론 비상계단부터 건물 밖 도로까지 줄이 이어졌다. 회사를 빠져나가려는 직원과 이를 막으려는 이용자들 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은 일부 환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다수는 포인트가 묶여 사용이 제한됐다.
‘매수자 751억원과 제휴사 253억원 총 1003억원’,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건에서 검찰 추산 피해 금액이다.
사실상 대규모 ‘폰지(다단계) 사기’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건 피의자들이 환불 중단 사태가 빚어진 지 약 2년 만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약 57만명 피해자에게 2521억원어치 포인트를 판매해 현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받은 머지포인트 사건을 통해 폰지 사기 의혹을 받는 와콘과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를 비춰본다.
◆머지플러스, 폰지사기인가?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남희(39) 머지플러스 대표에게 징역 4년을, 동생 권보군(36)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징역 8년과 53억원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머지플러스 법인도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권씨 남매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 회사 적자가 누적돼 사업중단 위기에 처했는데도 소비자 56만 8천명에게 선불충전금인 머지머니 2519억원어치를 판매하고 7만 4천명에게는 142억원 상당의 VIP 구독 서비스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회삿돈 66억원을 신용카드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금융위원회 등록 없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을 운영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받았다. 권 CSO는 머지머니 판매 대행 수수료를 부풀려 자회사에 지급하는 등 배임 혐의도 추가됐다.
머지플러스의 머지포인트는 다양한 업체별로 포인트를 통합해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앱플리케이션(앱)이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몫의 머지머니를 충전해주는 식이다.

머지플러스가 폰지사기 의혹을 자아낸 이유로는 ▲자본잠식 상태에서의 역대급 혜택 ▲뚜렷한 수익구조의 부재 ▲방만경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2020년 3월경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해 불과 약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조건 없이 ‘무제한 20% 할인’이라는 높은 할인율을 제공했다는 점이 꼽힌다. 또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 등 전국 약 2만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전자화폐와 비슷한 기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아울러 토스·NHN페이코·하나금융그룹 등과 연계해 VIP 1년권 구독형 상품을 구매할 시 매달 전액을 나눠 환급까지 해주고 구독지원금 5만원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당시 회사는 문을 닫아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2020년 머지플러스 재무재표를 보면 124억원 자산에 부채가 약 300억 이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전신격인 머지홀딩스는 설립 이후 4년 내내 자본잠식이 이어졌었다. 머지플러스는 단지 이용자가 많아지면 ‘광고수입, 투자수익 등이 발생해 매출을 발생한다’고 발표했을 뿐 어떠한 구조로 수익을 내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프로모션만 보더라도 역대급 혜택으로 판매가 발생할 때마다 발생하는 손실 약 38%를 매번 머지플러스가 부담하면서 마케팅에 나섰지만, 이용자가 선금으로 납입한 원금을 보장할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회사 자본을 계속 소진하거나 다시 연간권을 발행해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폰지사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머지플러스 대표는 해당 적자는 ‘계획된 적자’ 라며 쿠팡의 사례와 같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장기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제중단 사태 전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영업했고, 언제까지 그와 같은 판촉을 할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즉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폭탄 돌리기를 계속 해왔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에도 문제가 많았다. 비용 집행 내역을 보면 대부분은 판관비(판매관리비)로 썼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하는 티몬이나 페이코 등에 포인트를 잘 팔아달라고 준 돈이었다. 또 회삿돈으로 임차보증금 1억원, 월세 1210만원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최고층 펜트하우스 1채를 빌리기도 했다. 연간 약 1억 6000만원에 달하는 ‘펜트하우스’ 비용이 회사 운영비용으로 처리됐다. 또 가족들의 명의로 약 5억원의 머지포인트가 쌓여 있거나,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와 방송사에 매달 수천만원의 기부를 회사 돈으로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와콘과 휴스템코리아도 폰지사기 의혹
와콘과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도 폰지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수익구조에 대한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한 채, 전국 지부를 두고 사업 설명회를 통해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폰지사기 의혹이 입증되면 이 두 기업의 피해 규모는 머지포인트 사건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예상금액이 크고 피해자 수는 머지포인트 사건보다 적어 1인당 피해액이 많게는 20억에 달하는 등 투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와콘을 보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티핑·메인이더넷 사업 등으로 가상화폐 스테이킹 상품을 운용하면서 ‘원금이 보장된다’며 ‘40일에 30%, 43일에 7%’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수익구조는 투자자들에게 위탁받은 코인을 AI와 카지노 등을 통해 재투자한다고 했다. 사실상 변동성이 큰 코인과 배팅한 금액을 잃을 수 있는 카지노는 100%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원금보장과 높은 수익률을 주기 어렵다. 와콘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주기로 한 이자를 수차례 연기하며 원금까지 주지 않고 있다.
와콘 일당들은 업비트 등 코인거래소에서 활용되는 중앙화지갑을 통해 보안 및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 사이에서는 추산 피해 금액이 1조원대까지 거론되며, 와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상품에 가입자는 1만 2000명에 달한다. 1인 피해금액이 많게는 20억원에 달한다.
휴스템코리아는 제휴한 4천여개의 가맹점 등 온·오프라인에서 출자금을 사용할 수 있으며 출금까지 가능하게 한 디지털 자산으로 2.6배 늘려주겠다고 하고 조합원들을 끌어 모았다. 디지털 자산은 매일 출석 인증 시 0.2%를 더 받게 되며 한 달 유지 시 약 5% 이상의 이자를 받는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자율이 1년이면 약 60%로 보통 은행보다 10배 더 높은 셈이다. 현재 출금은 막히지 않았지만 휴스템코리아 측 추산 조합원 22만명이 가입돼 있어, 만일 폰지사기라면 한순간에 구조가 무너질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휴스템코리아는 가맹점 및 수수료 이외에 뚜렷한 수익 구조에 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폰지사기 의혹이 더 불거지고 있다. 실제 휴스템코리아의 재무재표를 보면 지난 2021년 기준 납입 자본금은 1억원, 매출액은 약 107억원, 영업 이익은 마이너스 301억여원, 부채 총계는 약 791억원에 달해 자본잠식 상태라 사실상 조합원에게 배당이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경찰은 와콘과 휴스템코리아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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