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여. 자율성과 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별자치도’는 실제 체감 효과를 남기지 못한 채 도민 사이에 회의감을 낳고 있다. 특별자치도 전환과 함께 김관영 민선 8기 전북도정은 13조 투자유치,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 등을 잇달아 추진해왔지만 경제성장률·고용률·청년유출 등 핵심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성과주의’와 ‘이벤트성 정책’으로 상징되는 김관영호 도정의 전략은 과연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실질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본지는 전북의 구조적 경제 지표 정체와 정책 효과의 실질성을 다각도로 점검하며 특별자치도가 지역 성장의 촉진제가 아닌 허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본다.

 

연재 제목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변화 (1)

새만금 르포 | 개발 34년 현장 진단 (2)

잼버리 현장 르포 | 하계올림픽 도전 명암 (3)

전주한옥마을 르포 | ‘전북형 한류’ 육성 과제 (4)

 

주말·연휴에 관광객 몰리지만 즐길거리 없어

‘맛 고장’ 전주 특성 못 살려… “불편·아쉬움 커”

주차공간·무더위쉼터 등 방문객 편의시설 부족

도, 문화 3992억 투입… 관광객 눈높이 맞춰야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전경.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전경.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현충일과 주말 연휴가 겹친 6월 초, 전북 전주한옥마을이 세계 각국과 전국에서 찾아온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볐다. 같은 색 한복을 맞춰 입은 커플들과 커다란 가방을 멘 외국인들, 아이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태조로와 은행로를 걸으며 연휴의 여유를 즐겼다.

일부 인도는 전주의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긴 줄을 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공예품전시관과 기념품점 안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전시 작품과 기념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들과 외국인들은 한옥마을 내 체험장에서 비석치기, 제기차기 등을 즐기며 ‘한국적인 하루’를 만들고 있었고 대사습청 앞마당에서는 공연소리에 지나가던 이들이 발길을 멈췄다. 경기전에서는 태조어진을 보기 위한 50m 길이의 줄이 이어졌고 ‘전주문화유산야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로 생기가 감돌았다.

한옥과 전통공연, 공예 체험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역형 K컬처’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상인과 관광객은 불편함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에서 전주국가유산야행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관광객들.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에서 전주국가유산야행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관광객들. ⓒ천지일보 2025.06.12.

◆“특색 있지만 부족” 상인들이 본 현실

온새미로공방 대표 장희숙 착한공작소 협동조합 이사는 전주에서 10년 넘게 활동해 온 공예 예술인들과 협업하고 있다. 장 이사는 전주의 풍남문, 전동성당, 완산공원 벚꽃 등을 모티브로 한 굿즈를 제작해오고 있다. 그는 “전주다운 디자인, 실용성, 휴대성 등 세 가지 포인트로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며 관광객들로부터도 ‘특색있다’ ‘예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는 도와 시의 문화예술 관련 지원이 크게 체감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가 먹거리로 유명해서 먹거리는 활성화됐지만 소비는 축소돼 있다”며 “최근 축제 등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전보다 문화예술 관련 행사 개최나 관련 초대가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협동조합을 설립해 함께 홍보를 하고 있다. 공예 활동이 중심이다 보니 문화 공예 체험을 늘리고 있다”며 “단발성 홍보보다는 지역 협업을 통한 지속적인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는 전통주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들이 박물관을 둘러본 후 막걸리와 전통주를 시음하는 체험을 이어갔다. 전주전통술박물관 관계자는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전통술을 자주 접해보지 않았고 전통술이 새롭게 느껴져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있다”며 “이강주가 전주 특산물로 유명해 구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시음 등도 진행하고 있어서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체험 프로그램이 토요일에만 운영돼 다른 요일에 방문한 관광객들은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임에도 주변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어 화장실 주변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미관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은행로. 한옥 풍경 속 산책은 즐겁지만 볼거리·먹거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은행로. 한옥 풍경 속 산책은 즐겁지만 볼거리·먹거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2.

한옥마을에서 10년째 한복 대여점을 운영 중인 김은정(42, 여)씨는 새로운 이벤트와 볼거리·편의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지만 한복 대여 수요가 줄었다”며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한 것처럼 전주한옥마을에서도 한복을 홍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옥마을의 진가는 경관을 여유롭게 즐길 때 드러난다”라며 “도로와 인도를 개선하고 가로등 소등 시간을 연장해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옥마을에서 할 게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고 박물관·전시관을 방문해도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본 한옥마을 “멋졌지만 아쉬움 커”

김수훈(35, 남)씨는 전주가 음식과 한옥으로 유명해서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왔다며 1박 2일 동안 임실과 전주 신시가지 등을 오가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방문한 전주한옥마을에 대해 “전체적인 인상은 서울 인사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한옥마을이 유명한 데 비해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해 불편했다”고 아쉬움으로 꼽았다.

1년 6개월 만에 다시 전주 여행을 왔다는 김미지(29, 여)·박수빈(30, 여)씨는 “예전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안내사무소에는 포토존과 물품 보관함이 설치돼 있다”며 “새로운 건물들도 들어서면서 한옥마을이 점차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우리놀이터 마루달’ 체험존에 놓인 전통놀이 도구 제기.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우리놀이터 마루달’ 체험존에 놓인 전통놀이 도구 제기. ⓒ천지일보 2025.06.12.

하지만 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한옥들로 이뤄져 있고 기념품도 한국적이라 외국인들이 보기엔 흥미롭지만 전주는 음식이 유명한 곳인데 생각보다 음식점이 적고 대부분 전통음식 위주여서 아쉬웠다”며 “외국인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여행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 여행은 음식에 대한 기대가 큰데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경기전 입구와 태조로 일대 외에는 제대로 된 쉼터가 없고 쉼터 주변에 쓰레기나 쓰레기통이 함께 있어 위생상 음식을 즐기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지금은 전주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것 같다”며 “안내사무소에 물품 보관함이 설치돼 있지만 이용하는 이틀 동안 이용하는 관광객을 보지 못했다. 홍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천에서 군산을 거쳐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서문탁(가명, 여)씨와 문주찬(가명, 남)씨는 “한옥들이 주는 첫인상이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긴 하지만 한옥 외에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며 “연인과 함께 오기에는 좋지만 친구끼리 여행하기엔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3992억 투자… 과제는 ‘지속 가능 생태계’

전북도는 올해 ‘K-문화·체육·관광산업 거점, 전북특별자치도’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문화·체육·관광산업을 지역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 총 399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화를 융성하게, 지역을 활기차게, 경제를 풍요롭게 ▲문화·체육·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도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4개 분야 19개 세부 실행 과제를 수립해 비전을 실현할 방침이다. 또 특례와 관련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문 용역 추진과 국가사업 발굴에도 중점을 둬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거리. 첫인상은 좋지만 체험 거리나 음식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공존한다. ⓒ천지일보 2025.06.12.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한옥마을 거리. 첫인상은 좋지만 체험 거리나 음식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공존한다. ⓒ천지일보 2025.06.12.

한편 지난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수행한 정책보고서 ‘전통문화산업의 저변확대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복·한식·한지는 대표적인 전통문화 자원이지만 여전히 외국인 소비 중심의 체험 위주 서비스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 고유 브랜드화와 현대적 디자인의 융합, 체류형 통합 콘텐츠 개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전통문화 콘텐츠가 문화재적 체험이나 지자체 주도의 축제 위주로 운영되면서 민간 중심의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중심의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기반의 중장기 브랜드 전략 수립 ▲한복·한식·한지를 연계한 복합 체험 관광상품 개발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현대화 및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브랜드화 전략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체류형 콘텐츠 강화 ▲지역민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업 기반 생태계 조성 등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 기반 관광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체험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과 민간 참여 기반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도의 전략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행정 중심의 지원을 넘어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콘텐츠 개발과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간 협업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의 도전은 이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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