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여. 자율성과 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별자치도’는 실제 체감 효과를 남기지 못한 채 도민 사이에 회의감을 낳고 있다. 특별자치도 전환과 함께 김관영 민선 8기 전북도정은 13조 투자유치,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 등을 잇달아 추진해왔지만 경제성장률·고용률·청년유출 등 핵심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성과주의’와 ‘이벤트성 정책’으로 상징되는 김관영호 도정의 전략은 과연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실질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본지는 전북의 구조적 경제 지표 정체와 정책 효과의 실질성을 다각도로 점검하며 특별자치도가 지역 성장의 촉진제가 아닌 허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본다.

연재 제목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변화 (1)

새만금 르포 | 개발 34년 현장 진단 (2)

잼버리 현장 르포 | 하계올림픽 도전 명암 (3)

‘전북형 한류’ 육성 과제 (4)

 

갯벌 사라지고 토종 돌고래 상괭이 떼죽음

기업 유치해도 실제 근로자 외국인 대다수

수변도시 분양 지역민 정주 여부 미지수

무너진 상권 빈 건물 지친 상인들 한숨만

22조원 투자 약속… 실제 이행률 14.5%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새만금국가산업단지 개발 현장 모습. ⓒ천지일보 2025.05.28.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새만금국가산업단지 개발 현장 모습. ⓒ천지일보 2025.05.28.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백합을 잡아 용돈을 벌던 아이는 이제 예순을 넘겼다. 상괭이와 수영하던 바다는 흙으로 메워지고 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개발지에는 듬성듬성 들어선 공장과 텅 빈 들판만 남았다. 전북 새만금. 13조원이 쏟아졌고 여러 기업이 유치됐지만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체감은커녕, 외국인과 빈 점포만 늘었다”고 말한다. 수변도시와 국제공항 개발, 기업 유치가 잇따라 발표되지만 현장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 본지는 새만금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 인근에서 ‘성과’ 이면에 남은 풍경을 기록했다.

◆파괴된 환경, 발전 체감 ‘제로’

“여기가 원래 백합이 유명한 지역이었어요. 김제 신포항에서 백합 잡아서 용돈 벌었죠.”

윤석철(61)씨는 흙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오가는 새만금 개발사업 현장을 바라보며 옛 기억을 꺼냈다. 그는 “초등학교 땐 망해사 밑 바다에서 상괭이랑 수영도 했다. 그렇게 많았고 환경이 정말 좋았다”며 “근데 그 좋던 갯벌이 다 없어졌고 몇 년 전에는 상괭이의 떼죽음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화된 지 30여년 특별자치도 전환까지 이뤄졌지만 주민들의 체감은 달랐다. 그는 “기업들이 들어온다던 뉴스는 많았지만 이후엔 흐지부지됐다”며 뉴스를 통해 전해졌던 투자 유치 공수표에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4년 만에 이 만큼이라도 개발됐다”며 “희망은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이정민(가명)씨는 “기업 유치해서 일자리가 생겼다고 하는데 체감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이씨는 “과거 현대나 GM은 지역 사람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외국인 계약직만 있다”며 “근처 오식도를 밤에 가보면 현실이 보인다. 외국인들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땅 놀리긴 아까우니까 외국 기업에 혜택은 다 주고 성과만 가져간다”며 “새만금 개발은 정치인 실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말을 이어갔다. 이씨는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망했다고 생각한다”며 “잼버리 관리를 안해서 그런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예산도 삭감됐는데 이런 사람들이 예산을 관리한다면 망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가장 어설픈 지역이 전북이다. 특별자치도가 되기엔 역량이 부족한데 정부의 지역민 달래기, 지역 정치인의 성과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새만금청을 보면 일반 중소기업보다 못한 수준이다. 은퇴 직전 잠깐 쉬다가는 자리 같다. 월급만 축내는 고소득자들”이라며 “차라리 없애고 정부 주도로 운영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공항 개발에 대해서도 “KTX도 안 들어오는데 무슨 공항이냐. 공항을 통해 들어온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지 지금은 무작정 예산만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수변도시 개발과 관련해 “신도시라고 땅 메워서 올해부터 분양한다고 하던데 위치를 봐야 한다. 거기에 들인 돈이 얼마냐”며 “김제 사람들이 여기 와서 살겠느냐. 군산이나 섬 사람들이 여기 들어가서 살겠느냐. 서울 집값의 1/10도 안 되는 아파트들도 분양이 안 된다”고 현 개발 사업에 대해 지적했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비흥항에 방치돼 있는 폐자제와 쓰레기들. ⓒ천지일보 2025.05.28.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비흥항에 방치돼 있는 폐자제와 쓰레기들. ⓒ천지일보 2025.05.28.

◆비어가는 상가… 오후 7시 넘으면 암전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미숙(55, 군산 오식도동)씨는 “기업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실상 여기서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작년 봄보다 매출이 15~30% 줄었고, 알바도 원래 5일 근무시키던 걸 지금은 3일만 시키고 있다”며 “사람도 없고 상가도 반 이상 비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해도 은행에서 돈을 못받을까봐 대출을 안해준다”며 “주변 상인들도 너무 힘들어하고 저녁 7시만 되면 주변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산시장 상인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누가 하나 죽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원래는 수송동에 살았는데 가게 때문에 오식도동으로 이사했다”며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무서울 때가 많다. 전체 주민의 60%가 외국인”이라고 두려움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새만금 개발에서 비응도가 빠지면서 낙후돼 간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도 자리 바꾸면 그만이고 도지사도 몇 번 얼굴 비치고 했는데 가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믿을 사람이 없다”며 “책상에 앉아서 새만금 개발에서 비응도를 뺏으면 어떻게든 활성화를 시켜줘야 하는데 일절 안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소상공인 활성화 지원으로 재래시장은 명절마다 지원해 주는데 일반시장은 지원을 싹 빼버렸다. 너네는 군산 시민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가게가 다 비어있다. 더 좋아지는 게 없다”고 분노했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몇 년째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된 건물. ⓒ천지일보 2025.05.28.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몇 년째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된 건물. ⓒ천지일보 2025.05.28.

◆투자유치 5년, 이행 14.5%·고용 13.3%

전북도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190여개 기업과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 14조원 이상의 유치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도가 밝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치한 기업은 총 388개사로 전체 기업이 약속한 투자금액은 22조 5743억원이다. 이중 실제 이행된 금액은 3조 2758억원으로 투자 이행률은 14.5%다. 고용 계획 3만 1863명 가운데 실제 채용 인원은 4265명으로 고용 이행률은 13.3%에 그쳤다. 또한 전체 유치기업 중 투자를 포기한 기업은 81개사, 준비 단계에 머문 기업도 67개사에 달한다.

김대중 전북도의원은 “도지사가 정치인 출신이라 활발하게 유치를 이끌고 있고 성과도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기업들이 빨리 착공해서 지역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환율이 높고 세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착공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도의회에서도 업무보고 때마다 조속한 착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투자 전담 기구 필요

김수은 전북연구원 기업유치팀장은 “기업이 실제 투자를 하려 해도 일할 청년이 없다는 점이 전북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청년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결국 투자 이행 저조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전북은 2023년 청년 순유출 인구가 7115명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고 전출 사유의 35.8%는 ‘직업’ 때문이었다. 2025년 1분기 순이동률도 –0.5%였다.

김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 기준(임금·근로시간·고용 안정성)을 충족하는 일자리는 전국 14위에 그친다”며 “현재는 양적 목표에 치우쳐 있고 질 중심의 고용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임금이 30% 수준이고 복지 수당 등 비임금 조건도 취약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기금을 조성해 지역 기업의 인력 부담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시백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차전지 등 최근 유치기업들도 수요 둔화, 재고 누적 등으로 착공을 미루고 있다”며 “이는 지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무원이 협약부터 기업 대응까지 전담하는 현재 체계는 전문성·효율성 모두 떨어지며 서울·경남처럼 전북투자청 같은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유치된 일자리는 청년이 원하는 직무와 맞지 않는 구조적 미스매칭 상태”라며 과거 조사 결과에서 청년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자리 불일치’를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새만금 용지 현황. (출처: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5.05.28.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인들은 상권 회복이나 고용 확대 등 실질적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새만금 용지 현황. (출처: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5.05.28.

◆경기침체 영향… 이행 지원 강화

전북도는 이행률·고용 저조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기업 내외부 여건 변화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협약 후 착공까지는 계약, 인허가, 공장 건축, 시험가동 등 수년이 걸리며 민선 8기 들어 유치한 대규모 투자도 대부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투자 포기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사정, 사업환경 변화, 자금 확보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도는 “일부 기업은 일시적으로 투자를 철회했지만 이후 투자 계획을 변경해 재진입한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도는 매년 2회 정기 점검, 전담 공무원 배정, 투자보조금 선지급, 인력 양성 등 이행 촉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행 촉진을 위한 도 차원의 대응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도는 매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투자 기업들의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신속한 투자이행 지원을 위한 ‘투자유치기업 전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보조금을 30~50% 선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현장 수요인력 대응을 위해 기업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및 지원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로 보면 전북은 최근 5년간 22조원대 투자 유치, 190개 이상 기업 협약 등 성과를 올렸지만 새만금 현장 주민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질 좋은 백합이 나던 갯벌과 상괭이와 수영하던 바다는 사라졌고 공장에 고용된 외국인 인력과 상가 공실만 늘었다. 전북의 투자유치 정책이 진짜 평가받는 기준은 협약 건수도, 고용계획 숫자도 아니다.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뭐가 달라졌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그 정책은 비로소 ‘성과’가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