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주요 은행들이 계좌 조회·이체, 금융상품 가입 등 전통 금융 업무에서 벗어나 생활 서비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빅테크(대형IT업체)에서 간편결제 시장을 점유하며 금융업 영역을 침범한 만큼, 은행들도 빅테크의 주요 사업인 비금융 서비스로 발을 넓혀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늘리는 동시에 비금융 데이터를 모아 신용평가모델(CSS)을 정교화해 씬파일러와 중·저신용자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해 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은행권의 다양한 생활 서비스,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 추진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 내 편의점 상품을 주문·배달받을 수 있는 ‘My편의점’ 서비스를 오픈한다. 해당 기능은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1만 5000원 이상 주문·결제하면 고객이 신청한 장소로 배달한다. 세븐일레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우리WON뱅킹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은행의 편의점 배달 서비스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겨울 추위가 매서워지며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적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 앱을 운영하려는 은행권도 있다. 신한은행은 22일 금융권 최초의 음식 배달 주문 플랫폼 ‘땡겨요’를 열고 베타서비스에 들어간다. 본 서비스는 다음 달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5개구를 중심으로 시작해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 경기도 등 약 8만개 가맹점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신한은행 모바일뱅킹 ‘신한 쏠(SOL)’의 부대 서비스로 추가되지 않고 별도의 독립된 앱을 통해 이뤄진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잇츠 등 배달앱 삼국시대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차별화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가맹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용을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공공배달앱 수준인 2%를 제시할 방침이다.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 등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CSS를 개발하고 가맹점과 라이더의 요구에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함께하는 생활금융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에서 송금·환전·공과금 납부 등의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농축산물 공동구매 서비스 ▲꽃배달 서비스 ▲드라마·예능 시청 등 생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생활과 가장 밀접한 통신정보를 얻기 위해 리브엠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리브엠은 노조의 영업 강요 반대 목소리와 함께 10만명 근처에서 가입자가 정체되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하반기 대대적 요금제 개편과 비대면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 아이폰13 출시 등 복합적 요인에 힘입어 10월 15만명, 11월 말에는 20만명을 넘어서며 유의미한 가입자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간 축적된 금융·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통신과 금융을 융합해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자체 중·저신용자 CSS를 만드는 등 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하나은행 ‘하나원큐’의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인 ‘원더카 직거래’, 우리은행의 택배 예약·결제 서비스 ‘My택배’ 등 은행 앱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 영역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다만 아직 은행이 생활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신한은행의 땡겨요와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금융위원회가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기에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등 다른 규제에 막히거나 기존 업권의 텃세로 사업이 사라질 수 있고, 규제를 완화해주는 기간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여전할 수 밖에 없다.
또 한국 금융권 내에선 전업주의 원칙이 고수되는 상황이기에 은행들이 더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추가하고 싶어도 이에 대한 제약이 작용한다는 문제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금융위원장의 전향적 언급에 주목하고 관련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존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금융 전환은 물론, 생활형 금융서비스 제공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정보공유, 업무 위수탁, 부수·겸영 업무, 핀테크 기업과 제휴, 슈퍼 원앱(Super One-app) 전략 등 이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초개인화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며 “지속가능한 혁신이 활발히 이어질 수 있도록 참여 기관은 물론 상거래 등 정보제공 범위도 점차 확대해 참신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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