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1.7.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1.7.20

주택담보 6.1조↑ 신용 3.6조↑

2금융권까지 합치면 15.2조↑

당국 더 강력하게 억제하기로

금리인상 카드 점점 수면위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강력한 대출 억제로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고자하지만 증가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택매매와 공모주 청약의 인기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르면서 7월 은행 대출이 10조 가까이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증가세다.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시도에도 점점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카드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 2천억원으로 6월말보다 9조 7천억원이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넓혀도 지난달 가계대출은 15조 2천억원이 늘어 6월(10조 3천억원)보다 증가폭이 훨씬 커졌다.

이 같은 증가세 배경에는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에다 공모주 투자의 자금 수요가 이어진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5월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대출이 상환되면서 이례적으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조 6천억원이 감소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HK이노엔 등의 공모청약 등으로 인해 2개월째 다시 증가세가 이어졌다. 7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9조 7천억원)은 4월(16조 2천억원)보단 작지만 6월(6조 3천억원)과 비교하면 더 커졌다.

가계대출 증감을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58조 4천억원)이 한 달 사이 6조 1천억원 불었다. 6월(5조 1천억원)보다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그중 전세자금대출은 2조 8천억원 늘었는데, 이 역시 6월(2조 2천억원) 증가액을 웃도는 규모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잔액 280조 8천억원)도 3조 6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6월(1조 3천억원)의 2배 이상이다.

주택매매 관련 개별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이 고루 늘었으며, 기타대출에는 생활자금 수요도 있겠지만, 7월 중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달 카카오뱅크, 에스디바이오센서, HK이노엔 공모주 일반 청약을 앞두고 신용대출이 급증했다가 상당 부분 상환됐지만, 일부 상환되지 않은 대출이 기타대출 통계에 잡혔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향후 가계대출 추세에 대해 “7월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효과, 주택시장 상황,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도, 대출금리 추이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만 현재로서는 주택매매, 전세 관련 자금 수요와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위한 기타대출 수요, 코로나 관련 생활·사업자금 수요 등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까지 7개월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 8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조 9천억원)보다 32조 9천억원(71.6%)이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 폭(23조 7천억원)의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작년만 해도 농협,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제2금융권 대출이 1∼7월 2조 4천억원 감소했으나 올해는 27조 4천억원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7.2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7.28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영끌 빚투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감독 수단을 동원해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다. 은 위원장은 상반기(1∼6월) 증가율이 연율로 환산하면 8∼9%여서 연간 증가율을 5∼6%로 맞추려면 하반기에는 증가율을 3∼4%로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의 6억원이 넘는 주택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 5월부터는 종전 상호금융권에만 적용했던 비주택 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를 은행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그럼에도 약발은 듣지 않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영끌, 빚투 열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는 집값과 전·월세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가계대출 증가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8.67%로 작년 한 해 상승률(8.35%)을 이미 넘어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현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3%로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억제 시도에도 가계부채가 계속 잡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에서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인상 카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채무 빚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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