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여의대로서 종로로 장소 변경

차량 운행, 지하철 역 정차 중단

“불법 몰아 집회 제한은 불평등”

3차례 해산명령에도 집회 강행

서울청 52명 규모 특수본 편성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찰의 집회 차단을 뚫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8000여명 이상의 기습 시위를 강행했다. 예정에 없던 기습 집회로 인한 교통혼잡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1시 50분께 당초 예정한 여의대로가 아닌 서울 종로3가 일대에 집결, 종로 2가로 이동해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 주최측 추산 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여의대로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전 경찰이 여의대로와 국회 인근, 광화문 일대에서 검문을 실시하고 인원을 통제하는 등 접근이 막히자 오후 1시께 종로 일대로 장소를 변경했다.

기습적 시위로 인한 방역수칙 위반을 막기 위해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1시 50분께부터 1·3·5호선 종로3가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으나 많은 노조원이 이미 현장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1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 근처 인도에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면서 이들은 도로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경찰의 차벽과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 버스와 인파가 뒤엉켜 혼잡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전국노동자대회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전국노동자대회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오후 1시 이후 종로 3가로 모인 조합원들이 1시 50분께부터 차도를 점거하며 종로2가 종로타워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모자와 굵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입고 “비정규직 철폐하라” “구조조정 중단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굵은 비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진행된 집회는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충분히 지켜지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어 시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사회자도 “너무 촘촘히 붙어있어 양옆 간격을 벌려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경찰 차벽에 막혀 종로 2가에서 멈춰선 이들은 오후 2시 40분 본 대회를 시작했다. 빗방울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된 집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생존과 안정, 고용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 전환, 노동자 생명 보장 등 약속을 지켰다면 이 자리에 모일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희원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최저시급 1만원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최저임금 투쟁에 나선 것은 개인의 요구가 아닌 전체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위원장의 대회사 이후 이들은 종로4가를 거쳐 청계천 배오개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발언으로 집회가 마무리됐고. 오후 3시 45분께 해산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

행진 과정에서 경찰과 조합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긴 했으나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초 경찰은 연행자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1명을 체포해 혜화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날 집회로 오후 1시 50분께부터 종로 3가에서 종로 2가까지 차량 소통이 막히고 지하철 종로3가역 정차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집회 인파로 시민들과 상인들의 반응 또한 냉소적이다. 집회 방송 차량이 ‘철의 노동자’와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을 큰 소리로 틀어 소음이 일면서 종로 일대 상인들은 열어뒀던 입구를 닫거나 거리로 나와 집회 현장을 지켜봤다.

한 상인은 이들을 향해 “니들은 뭐가 그리 잘났냐, 잘난 너네들이 다 해먹어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 시민은 “코로나에 다 힘든 데,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노총의 집회 강행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NS상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역은 무시하고 집회한 민주노총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하는 트윗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은 “민주노총이 집단 지성에 망가진 것 같다”며 “지금은 1980년대도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겠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불법으로 몰아 집회를 제한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지난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백화점, 대형 소핑몰의 경우 실내임에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한 수용인원에 제한이 없는데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에서 이뤄지는 집회는 10인 이하의 집회가 모두 불허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새롭게 발표된 거리두기 개편안에서도 집회는 비말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500명(1단계), 100명(2단계), 50명(3단계)를 유지하는 데 반해, 똑같이 노래 제창·환호 등 비말 위험도가 높은 대규모 콘서트는 별도 방역수칙을 적용해 2단계부턴 최대 5000명까지 집합이 허용되는 점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정부의 집회 자제요청 및 서울시·경찰의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대규모 불법집회 및 행진을 강행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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