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전산 조작했는데 고작 과태료?

증권 모집 과정에서도 문제 발생

내부통제 허술로 도덕적 해이 심각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 직원들의 잇따른 내부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NH농협은행 직원 7명은 본인 또는 가족명의로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갚은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뒤 나중에 카드 대출(현금 서비스) 등을 이용해 카드값을 상환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들 직원들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치면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더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7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 부과를 통보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2018년 3월 6일까지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여력이 부족하자 결제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 현금서비스 한도가 복원되자 다시 대출을 받아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이 이처럼 카드대금 납부를 조작한 금액은 총 3억 7003만원(106건)에 달했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서는 은행이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농협은행 직원 2명은 외환거래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1630만원을 입금 처리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금감원의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됐다.

농협은행의 내부 불법행위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앞서 농협은행은 증권 모집 과정에서 청약 권유 절차를 무시하고 금융 투자상품 판매 시 중요한 설명을 누락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과태료 6억 2480만원과 기관경고를 부과받은 것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업무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크게 5단계로 나뉜다. 기관경고부터를 중징계로 분류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된 임직원에 대해 과태료 8명, 견책 2명, 주의 2명 조치를 의결했다. 퇴직자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상당의 ‘위법·부당사항’ 2명, 견책 1명, 주의 2명을 통보했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견책 ▲감봉 ▲정직 ▲면직 등 5단계로 나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권 모집을 위해 청약을 권유할 경우 발행인은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증권신고의 효력이 발생한 후 ‘투자설명서’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증권신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예비투자설명서’를 사용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 3월 15일부터 2018년 3월 30일까지 125개 펀드의 집합투자증권을 모집하기 위해 4600명(6868억원)에게 청약을 권유하면서 정절한 투자설명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설명의무도 위반했다. NH농협은행 WM연금부는 총 140개 펀드 판매를 위해 판매직원에게 설명자료를 제공하면서 해당 펀드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누락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 상품 투자 권유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

또 농협은행 직원은 지난 2년간 ‘셀프대출’로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LH 투기 논란과 연루된 지역농협 임직원들도 투기로 의심되는 셀프대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 농협은행에서 대출 담당을 맡은 A과장이 지난 2019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2년에 걸쳐 제주시와 서귀포 모 지점에서 25억원 상당을 불법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관련 서류나 도장 등을 구하기 쉬운 직원의 친인척의 통장과 계좌를 관리하며 자필을 이용해 불법 대출을 실행하고, 돈을 빼돌렸다. 이렇게 받은 불법 대출금은 주식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측은 A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 현재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12일에는 LH직원에게 비(非)주택담보대출을 내준 지역은행 임직원들의 투기로 의심되는 셀프대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3기 신도시에 포함된 경기도 시흥과 부천지역 내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소속 일부 임직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타인 명의 등을 이용해 해당 지역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시흥농협의 경우, 앞서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 중인 LH 직원들의 농지 담보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곳이기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양 지역농협의 상당수 임직원이 배우자 등 제3자 명의로 담보 대출을 받아 시흥 등지의 농지·상가 등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직원은 담보 대출 심사에 직접 관여해 셀프 대출을 한 정황이 잡히기도 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내규인 여신업무방법서상 임직원 대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같이 농협은행은 내부통제가 허술한 문제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고, 이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NS상에서도 농협은행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트위터에서는 “신용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린 일인데 고작 과태료냐” “농협은행의 복지는 전산조작” “농협은행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등의 글들로 농협은행에 대한 공분이 가득하다.

NH농협은행이 기업금융 디지털 인프라 역량을 강화한다. 사진은 권준학 은행장. (제공: NH농협은행)
권준학 농협은행장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