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상반기 공채 신입행원 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16
지난 14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상반기 공채 신입행원 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16

전산조작에 불법대출까지

신뢰·이미지 회복 과제

직원 도덕적 해이 우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 직원들의 불법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내부통제 부실 지적으로 취임 5개월째인 권준학 은행장이 부담해야 할 짐이 커지고 있다.

금융업의 본질이 고객과의 신뢰라는 점에서 직원의 내부 불법 행위가 은행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이미 농협은행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들끓고 있다.

지난 3월 1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7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 부과를 통보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 여력이 부족하자 결제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 현금서비스 한도가 복원되자 다시 대출을 받아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이 카드대금 납부를 조작한 금액은 총 3억 7003만원(106건)에 달한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됐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서는 은행이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농협은행에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아니한 입금행위 금지 위반’ 등의 위법사항으로 기관경고와 함께 과태료 6억 2480만원을 부과했다. 연류된 직원에게는 180~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천지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미 2018년에 조치된 사항으로 내부감사를 통해 선적발을 한 뒤 금감원에서 인지해서 처분이 나온 것”이라며 “개개인에 대한 조치는 이미 2018년에 마치고 징계 및 과태료는 이미 나온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연류된 직원 A씨가 차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실제 직급이 올라간 것이 아닌 업무분장 과정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팀장’으로 불리는 것”이라며 실제 승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은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해 제재 안건에 올랐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 3월 15일부터 2018년 3월 30일까지 125개 펀드의 집합투자증권을 모집하기 위해 4600명(6868억원)에게 청약을 권유하면서 정당한 투자설명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설명의무도 위반했다. NH농협은행 WM연금부는 총 140개 펀드 판매를 위해 판매직원에게 설명자료를 제공하면서 해당 펀드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누락했다. 해당 펀드 상품 투자 권유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은행 직원의 전산 조작이라는 중대 위반행위에도 처분에 그치면서 금융위가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의사록에 따르면 안건 보고자는 “농협은행 직원의 위반결과는 ‘중대’로 볼 수 있으나, 농협은행 직원의 위반행위가 언론에 알려져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고 금융거래에 피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위반결과를 ‘보통’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과태료 결정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내에서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하다는 평가와 ‘경미’하다는 평가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결정으로, 과태료 예정금액 산정방법은 은행 등 수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의 비위행위는 권준학 은행장이 취임하기 전 발생한 사건이다. 다만 이들의 행위로 인해 농협은행이 기관경고 통보를 받으면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업무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나눈다. 통상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농협은행은 현재 논란이 된 전산조작 사건 외에도 불법행위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신뢰를 잃고 있을뿐더러 은행 이미지에도 부담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농협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담당하는 직원이 2019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족 명의의 재산 등을 담보로 25억원가량의 불법 대출을 받은 것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1월에는 농협은행의 한 지점장이 신용불량자에게 100억원가량을 불법 대출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당시 지점장은 2018년 신용불량자인 부동산 개발업자 B씨가 며느리와 지인 명의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신청한 사실을 알고도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절차도 생략한 채 12차례에 걸쳐 약 77억 4000만원을 대출해줬다.

또 B씨의 청탁으로 그의 지인에게 약 22억 7000만원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그는 부당대출 청탁의 대가로 현금 2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측은 이번 문제로 제기된 사건들을 “은행원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한정하고 있다. 당시 일어났던 사건은 직원 개인 일탈 행위로, 현재는 전산을 강화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 개개인에 대한 조치는 이미 2018년에 마쳐, 징계와 과태료는 이미 나온 사항이라고도 덧붙였다.

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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