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와 진보당원들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내 집 마련 서민의 꿈 짓밟고 투기에 앞장선 LH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와 진보당원들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내 집 마련 서민의 꿈 짓밟고 투기에 앞장선 LH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농협 본부 “대출 심사에 문제없었다고 판단”

농협은행·상호금융 모두 대응 매뉴얼 미흡

해당 사태에 금감원 소극적 자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북시흥농협(상호금융)’ 한 군데에서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농협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농협은 이들이 LH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을 해줘 대출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에서는 대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고, 위법성이 있었는지 적극 나서 감독 조사해야 할 금감원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전 투기 의혹을 받는 10여명의 전현직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100억원대 광명·시흥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 한곳에서 50억원대 농지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사람이 많게는 담보인정비율(LTV) 한도의 69%까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심사에 의문이 쌓이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이 농지담보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 데 반해 지역단위 농협은 농사짓는 실수요자를 위주로 심사를 거쳐 대출을 해준다.

북시흥농협 측은 대출 과정에서 재직 증명서 등을 접수하기 때문에 LH 직원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 2021.3.6

그럼에도 이들 LH 직원들이 농사를 지을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농지담보대출을 해준 데 대해서 의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LH 직원 중에는 토지보상을 담당하는 자도 있다. 은행에서는 대출심사 때 보통 재직증명서를 받고 소속 부서와 맡은 업무까지도 파악한다. 그리고 대출을 받으려는 재직증명서상 회사에 전화를 해서 실제 해당부서에 재직 중인지도 확인한다.

이 같은 심사과정을 북시흥농협이 게을리 했거나 아니면 알고도 묵인했다는 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한 직장 동료들이 같은 목적으로 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추천으로 한다고 해도 3~4명 정도면 모를까 10명 가까운 이들이 같은 목적으로 한 곳에서 LTV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는 데도 과연 아무런 의심이 들지 않았을까. 더구나 주택과 토지 관련 업무를 보는 LH직원인데도 말이다. 상식적으로도 석연치 않은 이유다.

은행창구에서 대출을 받는 자에게 보이스피싱 의심이 들면 직원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해당농협의 입장대로라면 이번 사태에서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북시흥농협 측은 대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고, 본사 측에서도 일반적인 집단대출로 보고 대출했으므로 대출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북시흥농협 관계자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본부에서 질의가 와도 답변하지 못하도록 지시했고, 따로 드릴 말씀도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본부 측에서는 “이번 대출이 결이 다르긴 하지만 해당 농협에서는 일반적인 집단대출로 보고 대출을 해줬고, 농지라도 토지소유 담보만 있어도 일반부동산대출처럼 대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출심사에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출심사 중 한 회사에서 여러 직원이 같은 목적으로 대출을 받으면 어떤 대응을 하는지’에 관해 농협은행 본사 홍보팀에 물어봤으나 농협은행에서는 “북시흥농협이 상호금융이기 때문에 우리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농협은행 내 대응 매뉴얼이 갖춰져 있는지를 물어봤으나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국 최대인 11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이지만 대출심사 시스템이 허술하다면 ‘투기 이용’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출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었는지 금융감독원이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감원 검사국에 전화를 해본 결과 “아직 어떤 얘기도 해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한편 LH는 이번 투기의혹과 관련해 임원진이 대국민 사과를 했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과문을 발표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LH 측은 “투기의혹을 받는 직원 전원에 대해 즉시 직위해제를 했다. 국민들께 송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교육을 비롯해 촘촘한 방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천지일보 2021.3.4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천지일보 2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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