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본사 (제공: NH농협은행)

전산조작에 불법·셀프대출 논란

허술한 내부통제에 도덕적 해이

농협은행 “직원 개인 일탈 행위”

전문가 “본부 책임” “시스템 오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 직원들의 잇따른 내부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농협은행 내부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농협은행 측에서 해당 행위를 은행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7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 부과를 통보했다. 뒤늦게 드러난 사건이 중대한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처분에 그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2018년 3월 6일까지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여력이 부족하자 결제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 현금서비스 한도가 복원되자 다시 대출을 받아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이 이처럼 카드대금 납부를 조작한 금액은 총 3억 7003만원(106건)에 달했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서는 은행이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위법행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기관제재와 함께 농협은행에 과태료 5억 84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의 전산 조작 행위라는 중대한 위반행위에도 과태료 처분에 그치면서 금융위가 너무 약한 제재를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제주농협은행에서 대출 담당 직원이 2년에 걸쳐 25억원 상당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적발되거나, LH직원에게 비(非)주택담보대출을 내준 지역은행 임직원들의 투기로 의심되는 셀프대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허술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로 문제가 야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측은 이번 문제로 제기된 사건들을 “은행원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한정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천지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미 2018년에 조치된 사항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감사를 통해 선적발을 한 뒤 금감원에서 인지를 해서 처분이 나온 것”이라며 “개개인에 대한 조치는 이미 2018년에 마치고 징계 및 과태료는 이미 나온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는 전산을 강화한 상태며,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된 직원의 내부징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은행원의 개인정보다보니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금융소비자단체는 이번 행위를 개인적 일탈로 취급하는 것은 농협은행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민과 농민이 돈을 맡기는 은행의 직원이 개인의 일탈로 돈을 빼돌린다는 것 자체가 내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기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와 믿음인데, 직원이 셀프대출을 받거나 부당대출을 받아 이익을 얻는 것은 과태료로 그치면 안 될 문제”라며 “이는 파면까지 가야 할 중징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직원에 대한 교육과 윤리교육이 부족하고, 자기 돈만 벌려 하는 망각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바로 해고나 파면하는 등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는 일탈 행위가 아닌 농협은행 본부의 책임이 제일 큰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조 대표는 “농협은행이기에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로서의 의식이 타 금융사보다 떨어지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농협은행 측의 주장에는 이는 일탈로 함축할 것이 아닌 시스템적인 오류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시스템적으로 크로스체크도 못하면서 어떻게 금융사인가, 전산이 허술한 것은 금융사가 아니다”며 “이번 일을 개인의 일탈로 보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발언은 농협은행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선임국장 출신인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금융사에서 있어서는 안 될 행태며, 중징계감이다"면서 “금융당국이 과태료 정도의 징계로 그치다 보니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에 강한 엄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당국이 비록 과태료 조치로 끝냈을지라도 은행 내부에선 다시는 이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어줄 강력한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원장은 "당국은 지켜야 할 법에 대해 엄중하게 지키게 하고 CEO에게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면서 “위에서부터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당국의 책임있는 역할도 함께 주문했다.

지난 18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서초구 소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개최한 ‘D-Talk’ 세미나에 참석해 디지털R&D센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19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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