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12조원 이상의 역대급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 통해 분납 계획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공헌 계획을 공개했다.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을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술품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유족들은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방침이라 밝혔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에 7000억 기부… 전문병원 건립·연구지원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 투입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개인소장 미술품 2만 3000여점 기증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故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출처: 뉴시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상속세 12조원 이상… 역대 최고 수준

유족들은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또한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사회적 책임’ 유지 따라 사회환원 지속 전개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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