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 역대급 기증

국보·보물 외에도 근대 미술작 다수 포함돼

국내외 망라한 컬렉션… 6월부터 공개 예정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역대급 기증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컬렉션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기관으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보일 예정이다.

28일 고 이 회장의 유족 측인 삼성가(家)는 “이 회장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000여 건, 2만 3000여 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기증품의 숫자는 물론 가치와 다양성에서 국내외 미술계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들이 국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보물 제1393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보물 제1393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 국보·보물이 한가득

먼저 기증품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다. 국보 제216호인 이 작품은 영조 대에 활동한 진경산수화의 대가였던 겸재 정선의 작품이다. 가로 138.2㎝, 세로 79.2㎝로 겸재가 남긴 작품 중 가장 큰 편에 속한 이 그림은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삼청동·청운동·궁정동 쪽에서 바라본 인왕산 바위의 인상을 담고 있다. 비에 젖은 웅장한 암벽, 자욱한 안개를 포착한 이 작품은 겸재의 진경산수작품 중에서 대표작으로 뽑혀 300억~ 1000억 원의 가격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조선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역시 시선을 모은다. 보물 제1393호로 지정된 이 작품은 단원이 중국 송나라 문장가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詩意圖)이다. 이 작품은 1806년 단원이 죽기 바로 전 해인 1805년 동지 사흘 후에 그린 말년작으로 본다. 작품 안에는 가을 산과 함께 중국식 초옥(草屋) 그리고 초옥의 창 안에는 구양수가 보이며 전체적으로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조선시대 작품 외에도 보물 제2015호인 14세기 고려시대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도 보인다. 천 개의 손과 손마다 눈이 달려있는 보살의 모습을 한 천수관음보살을 그린 이 불화는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의 자비력을 손과 눈으로 형상화해 강조했다. 현재 있는 고려불화 중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이며 다채로운 채색과 금니(金泥)가 조화롭게 화면을 수놓고 있다.

이와 같은 국보·보물 60건과 국내 유일 문화재,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고지도 등 고미술품 2만 1600여 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 소장품의 ‘질’ 높이는 컬렉션

고 이 회장이 소유했던 근대 미술품을 기증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덕분에 소장품의 완성도를 높이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작품의 수는 1226건, 1400여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받는 주요 기증품으로는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 ‘황소’ 등이 있다.

고 김환기 작가는 국내 미술품 중 최고가 작품인 ‘우주’를 그린 작가다. 이번에 기증되는 ‘여인들과 항아리’는 색면으로 분할된 배경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된 형태로 그려 배치한 작품이다. 이중섭의 ‘황소’는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을 분출하듯 고개를 휘저어 올린 소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황소의 강렬한 눈빛과 붉은 배경이 인상적이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세로 130㎝, 가로 97㎝의 대형 작품으로 아기를 업은 여인이 절구질하는 모습을 화폭 한 가운데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국내 근대 미술품 외에도 근대 서양 미술의 걸작들도 있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모네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상주의와 추상주의를 연결하는 미술사적 의미가 높다.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여인들’도 있다. 이 작품은 붉은색 꽃들이 담긴 화경이 화면 중앙에 그려져 있으며 주위로 연인과 과일바구니, 와인병 등의 정물이 작게 묘사돼 있다. 푸른 색조의 배경과 빨간 꽃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작품이다. 모네와 샤갈의 작품 외에 호안 미로의 ‘구성’,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이 기증되며 피카소, 폴 고갱, 다비드 피사로 등의 작품들도 있어 여태 모네와 피카소의 작품이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질 예정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번 기증품을 오는 6월부터 국민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부터 이건희 컬렉션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중섭의 '황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중섭의 '황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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