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래동화 5편 뒷이야기 상상력으로 새롭게 풀어내
미국‧베트남 등 해외서 출간… 전통 콘텐츠, 세계 무대로
“자극적 콘텐츠 범람 시대, 전래동화로 세상 따뜻해지길”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아버지의 눈을 뜨이게 하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그의 지극한 효심에 하늘도 감복해 심청은 목숨을 건지고, 왕비가 돼서 마침내 아버지와 재회한다. 아버지 심 봉사도 기적처럼 눈을 뜨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심청전’ 이야기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심청의 꿈이었다면? 꿈에서 깨어난 심청은 눈이 아름다운 잉어로 변해 농부의 집으로 향하는데….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는 전래동화 다섯 편의 결말에 그만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병상에 다시 누운 용왕을 위해 별주부는 또 한 번 토끼를 찾아 나서고, 해마다 칠석날 오작교에서 만나던 직녀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는다. 이렇게 ‘견우와 직녀’ ‘별주부전’ ‘심청전’ ‘해와 달’ ‘흥부와 놀부’의 뒷이야기를 담은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이 지난달 31일 출간됐다.

책이 출간된 날,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그동안 한국 전래동화의 제2편을 만들면 안 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며 “전래동화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상상력만큼이나 크다. 그는 “한국 전통 콘텐츠로 한국판 디즈니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세계도 반하게 될 전래동화

김 대표가 선보인 속편 시리즈는 ‘전래동화’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박한 그림체와는 전혀 달랐다. 웹툰에서 볼 법한 그림체에 보랏빛 색감을 입혀 판타지 분위기를 더했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전략이었다.

“100년 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백설공주는 유아를 대상으로 그려졌지만, 2025년의 백설공주, 라이언킹은 판타지의 극을 달리며 성인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어요. 한국 전래동화도 100년 전에 머물러 있던 그림체를 판타지스럽게 바꿔봤습니다.”

김 대표는 “기존 전래동화와의 연속성도 흥미롭고, 읽다 보면 다른 동화 인물이 카메오처럼 등장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파트2’까지 포함해 이 시리즈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옥황상제는 직녀의 아버지로, 용왕의 딸은 우렁각시로 등장한다. 김 대표만의 한국판 ‘어벤져스’ 시리즈인 셈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와 ‘별주부전’을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와 ‘별주부전’을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체까지 재해석한 이 시리즈는 해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국 16개 도시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베트남, 인도 등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인도 네루대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재로 쓰고 싶다는 요청도 받았다. 김 대표는 “BTS도 해외에서 빵 터지고 난 뒤 국내에서 더 인기를 끈 것처럼 한국 전래동화도 세계인이 먼저 열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통 콘텐츠의 저력 확신해”

그가 전래동화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꿈을 품은 건 베트남 호찌민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강의하던 시절. 그는 현지 학생들에게 ‘천국의 계단’ ‘모래시계’ 등 인기 드라마를 소개하며 한국 콘텐츠의 힘을 체감했다. 이후 전통문학에 신세대 요소를 가미한 뮤지컬을 제작해 베트남은 물론 중국 무대에도 올렸다. 전통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계기였다. 그는 “미국 콘텐츠를 따라 만들기보다 우리나라 것을 똘똘하게 뭉쳐서 잘 만들면 어마어마한 힘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0.

“외국에 나가 보니 한국의 전통 콘텐츠가 가진 힘이 정말 강력해요. 그런데 정작 우리만 그 소중한 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전래동화의 속편을 만들었지만, 이 외에도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해요. 많은 분이 자기 분야에서 정통성을 이어갈 콘텐츠를 찾아서 세계로 나갔으면 합니다.”

◆어릴 적 품은 세계 진출의 꿈

김 대표는 ‘추억의 출판사’로 불리는 계몽사 대표를 지냈다. PD, 영화‧드라마 작가, 뮤지컬 극본‧연출 등 다양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계몽사를 이끌던 당시 한국문학에 몰두하며 콘텐츠의 방향성을 고민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하려는 고민 속에 전래동화 속편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시리즈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와이앤북스도 만들었다. 출판사 이름은 그의 이름 ‘용보’에서 따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친구 용보’라는 제목으로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편, 2편이 쌓이면서 일명 ‘용보 시리즈’가 됐다. 이 시리즈는 그가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져 총 48편까지 만들어졌다. 그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용보 시리즈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돌려 읽혔다.

운도 따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와 함께 한강공원을 걷던 중 우연히 방송국 PD를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입춘을 기점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냐’는 일상적인 질문에 사춘기 남학생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를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를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제 꿈인 세계 정복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말했어요. 탤런트가 돼서 얼굴을 알리고, 감독이 돼서 영화를 만들고, 돈을 많이 벌어서 4번 채널을 가진 방송국을 만들겠다고 했죠.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이 제 이름을 알게 하겠다고요.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인터뷰였죠. 하하.”

세계 정복을 꿈꾸던 김 대표의 이야기는 전래동화 속편 시리즈 ‘작가의 말’에도 담겼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이 시리즈를 뮤지컬, 애니메이션, e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세계인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 권선징악 교훈을 비롯해 가족애, 효심, 형제애, 조상의 지혜 등 한국 전래동화가 담고 있는 가치는 김 대표에게 더욱 반짝여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편에 전래동화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전래동화를 읽었을 때의 따뜻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전래동화 속편 시리즈가 나비효과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를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보(51) 와이앤북스 대표가 한국 전래동화 5편의 뒷이야기를 담은 속편 시리즈 ‘한국 전래동화 그 두 번째 이야기 Part 1’을 냈다. 사진은 김 대표가 ‘견우와 직녀’를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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