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정신 잇는 박관장
젊은이 창작 돕는 인큐베이터
박무익 유산, 갤러리로 부활
“어머니 마음으로, 예술 키워
전통 잇는 공간으로 만들 것”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요양원이 갤러리로 변신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심리적 치유를 받았고, 또 누군가는 이곳에서 잃었던 예술 감각을 되찾았다. 이 공간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 인천 계양구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 고마루’ 이야기다. 이를 만든 사람은 박지윤 관장. 그는 단순히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가 갤러리를 연 장소는 원래 요양원이었다. 그 요양원은 그의 부친이자 한국갤럽 창립자인 박무익이 소유했던 곳이다. 아버지가 세운 공간을 새로운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한 그의 결정은 단순한 공간 변화가 아니다. 박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뜻 지(志), 후손 윤(胤). 제 이름처럼

신념·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 그의 작품에는 따뜻한 기운과 강렬한 색감이 공존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 그의 작품에는 따뜻한 기운과 강렬한 색감이 공존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평창동에서 계양으로, 새로운 도전

박지윤 관장은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공간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대 색채문화연구소에서 민화 대가 고광준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이해도 깊이 쌓았다. 그는 서울 평창동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지만 이제 인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평창동에서 많은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술이 너무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나눔’이었다. 그가 새롭게 꾸린 갤러리는 한국 전통과 현대 예술을 연결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한다. 특히 젊은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의 글.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박지윤 갤러리 고마루 관장의 글. (제공: 갤러리 고마루) ⓒ천지일보 2025.03.12.

◆‘고마루’가 품은 의미

갤러리 이름인 ‘고마루’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곰(여자)’, ‘고맙다’, ‘높은 가치’를 함축하는 이 이름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박 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전시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예술을 보고 감동하고 휴식을 얻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통 예술의 맥을 잇고, 새로운 예술가를 키워내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갤러리 고마루’ 개관식을 앞둔 박지윤 관장이 지난 1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5.03.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갤러리 고마루’ 개관식을 앞둔 박지윤 관장이 지난 1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5.03.12.

◆“나는 어머니다” 예술을 키우는 마음

   “나는 나의 집을 재현했습니다.

    제 삶 자체가 예술이었습니다.”

박 관장은 인터뷰 내내 ‘어머니’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20년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했고, 저도 저만의 삶을 펼칠 시간이 됐죠. 하지만 여전히 저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예술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는 신사임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신사임당이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고 가꿨듯, 자신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개관 전시 ‘새로운 시작’에서도 드러난다. 박 관장은 단순히 작품을 걸어놓는 전시를 넘어 예술과 삶을 연결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박지윤 관장은 ‘고마루’를 단순한 전시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집을 재현했습니다. 제 삶 자체가 예술이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파티를 열고, 요리를 하고, 살림을 가꾸는 모든 과정이 예술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 공간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한국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셈이다. 그는 “고마루에 오는 사람들에게 무릉도원 같은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관장의 미술관 개관식에는 유동수 국회의원,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장, 김종근 미술평론가 등 예술계와 정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를 보냈다. 서울 평창동에서 함께했던 이웃들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김병찬 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으며 탤런트 박종진의 인사말과 노래하는 마술사 유상욱의 공연이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박 관장은 앞으로 다양한 기획전과 초대전을 열어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과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데 온 마음을 다할 것입니다. 제 영혼을 갈아 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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