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
효지도사 1기 수료로 충청효교육원장 맡아
“경외·사랑 정신 자라는 경천애인의 뿌리”
“정규 교과 채택 및 차관 이상 장관 필요”
정규 프로그램 통한 교육 이수자 총 1만명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4월 1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4.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4월 1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4.18.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효(孝)는 시간과 공간, 종교를 초월한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곧 보은의 실천입니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정계와 재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79)은 단호한 어조로 ‘효’의 가치를 정의했다. 삼성 비서실 근무와 제13대 국회의원 출마 등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나온 그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운명처럼 ‘효’를 만났다고 회고한다.

“2005년 대전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죠. 그때 교육감 선거에서 함께 뛰었던 고(故) 오원균씨가 ‘우리, 효나 공부하자’며 손을 내밀었어요. 효지도사 1기 과정을 수료한 뒤 충청효교육원장을 맡게 됐고, 그 순간부터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죠.”

2002년 송월주 스님과 최성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등 종교계 원로들이 함께 뜻을 모아 창립한 한국효단체총연합회.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전국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16대 회장에 선출되며 단체의 중심에 섰다.

그는 ‘효’를 ‘3통(通時·通念·通敎)의 종교’라 칭하며 설명한다.

“효는 기독교의 ‘부모를 공경하라’, 불교의 ‘부모은중경’, 유교의 ‘효양덕지’처럼 종교를 초월한 보편 사상이죠. 효를 통해 하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이 자라납니다. 효는 곧 경천애인의 뿌리입니다.”

지난 2024년 한 초등학교에서 효와 인성을 바탕으로 한 ‘꿈과 끼 키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지난 2024년 한 초등학교에서 효와 인성을 바탕으로 한 ‘꿈과 끼 키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K-효(HYO), 세계 정신문화로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의 나라가 됐습니다. 남북, 동서, 남녀, 세대, 젠더 간 대립이 일상화됐죠.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효가 필요합니다. 생명윤리와 공동체 정신을 되살릴 보편적 가치가 바로 효입니다.”

최 회장은 ‘효’를 영어로 ‘HYO(Harmony of Young and Old)’라 표현한다. 젊은이와 어르신, 강자와 약자, 유식자와 무식자, 부자와 빈자의 조화와 상생, 그 모든 것이 효라는 뜻이다.

그는 “한국의 효 정신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자신의 평생 과업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효의 전통성과 현대적 가치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국가 정책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종수 성균관장과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열린 ‘성균관·한국효단체총연합회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종수 성균관장과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열린 ‘성균관·한국효단체총연합회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4.

◆“효 교과서, 효 장관… 교육이 곧 효”

“교육부가 효를 정규 교과로 채택하고, 대전의 한국효문화진흥원장을 차관급 이상으로 격상해야 합니다. 담당자가 효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슨 정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최 회장은 지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로 ‘효 교과서’와 ‘효 전담 장관’을 꼽는다.

그에게 있어 효는 단순한 가정 예절이 아니다. 교육, 인성, 생명윤리, 공동체 회복을 위한 국가 철학이다.

“교육은 정신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교육이 사라진 나라’가 됐습니다. ‘가르칠 교(敎)’ 자가 ‘효(孝)’에 ‘칠 복(攵)’이 더해진 글자인데 오늘날 우리는 효도도, 회초리도 없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한국효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024년 한 초등학교에서 효와 인성을 바탕으로 한 ‘꿈과 끼 키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나의 꿈’을 직접 적어보고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벽면에 메모들을 부착한 모습. (제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한국효단체총연합회가 학교를 대상으로 효와 인성을 바탕으로 한 ‘꿈과 끼 키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나의 꿈’을 직접 적어보고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벽면에 메모들을 부착한 모습. (제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칭찬과 감사, 꿈과 끼… 학교폭력도 줄인다

“아이들에게 ‘꿈이 있니?’라고 물으면 절반 이상이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 꿈과 끼를 부모, 교사, 강사와 함께 찾아가고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효 교육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친구를 ‘미래의 대통령’ ‘미래의 정치가’라고 부르며 서로를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불량 행동도 사라지죠.”

한국효단체총연합회는 효지도사 양성, 효 교육 프로그램 운영, 효행 대상자 시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가운데 ‘칭찬과 감사, 꿈과 끼 키우기’를 효 교육의 핵심 실천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충청효교육원 등지에서 효 교육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약 1만명이 교육을 이수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4월 1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4.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4월 1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4.18.

◆“효 문화, 이제는 세계로”

“효는 인간 사회의 기초입니다. 이 가치가 무너지면 사람도, 사회도 함께 무너집니다. 저는 이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제 힘을 다할 겁니다.”

최 회장은 ‘효’를 단순한 가족윤리가 아닌, 인류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그는 시정일보, 한국유교신문 등에 꾸준히 논설을 기고하며 학술 정립에 힘쓰고 있다. 그가 외치는 “보편적 가치의 회복, 그 첫걸음이 바로 효”라는 말은 단순히 전통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이 시대가 사람다움을 되찾기 위한 미래의 길을 묻는 질문이자 희망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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