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사는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이다. 종교인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대로만 행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본지가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KAICIID포럼과 Religions for Peace포럼에서 각국 종교지도자에게 자신이 속한 종교의 본질에 관해 물었을 때 모두가 ‘모든 종교가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신을 믿으며, 신의 뜻은 평화’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종교지도자가 인정하는 것처럼 창조주는 하나이나 인간이 각기 다른 모양과 신념으로 신을 믿음으로 인해 인류는 끝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교전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도 그 근본원인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명분이 돼버린 종교지만, 종교인이 그 본질을 좇아 하나 된다면 종교는 평화의 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물론 근현대 전쟁사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살펴본다. 더불어 ‘종교’가 평화의 답이 된 실질적 사례를 통해 인류가 꿈꿔온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 지난 6월 8일 로마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합동기도회에 참석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왼쪽)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가운데)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옹하고 있다. 교황은 바티칸에서 열린 중동 평화를 위한 합동기도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중동 평화를 정착을 위한 진정한 용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창간 5주년 특별기획- 전쟁과 평화, 종교가 답이다]

‘오슬로 협정’ 성사시켰지만
이 총리 암살… 팔 수반 의문사

힘 잃은 시몬 페레스 대통령
평화메시지 ‘허공 속 메아리’

이스라엘 주미 대사 망언 논란
“이스라엘군, 노벨평화상 받아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스라엘군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보름 동안 계속되며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 희생자가 700명을 넘기고 있을 즈음,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 론 더머가 내뱉은 발언이다.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이스라엘을 위한 기독교 연합회’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고, 이 발언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엄청난 숫자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군에 ‘노벨평화상’을 줄 수는 없다는 여론이다.

지난 5일 72시간 휴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1875명과 이스라엘인 6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의 사망자 수도 64명이다. 부상자는 무려 9000명을 넘었다.

◆이-팔 분쟁 ‘노벨평화상’ 3명 배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 없어서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 세 사람이나 있다.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상으로 군축이나 평화 증진에 현저히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준다.

1994년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이츠하크 라빈 총리,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는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와 선거, 과도기 협정, 이스라엘군의 재배치와 철수, 유대인 정착촌, 난민문제 등을 다룬 ‘팔레스타인자치협정선언’을 맺어 평화 정착에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명 오슬로 협정으로 알려져 있다.

협정 이후 아라파트를 수반으로 하는 팔레스타인 임시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등 팔레스타인 측에는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함에도 이스라엘 극우파는 이 협정을 못마땅해 했고, 이츠하크 라빈 총리를 암살했다.

이스라엘 내부 반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6년에는 하마스가 자살폭탄테러 사건을 일으켰다. 지난 2004년 사망한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도 독살 의혹이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은 협정 이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서안 에리코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은 2003년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중동평화 로드맵’에 서명함에 따라 협정을 맺은 지 11년 만인 2005년 9월 완전 철수했다.

▲ 1994년 12월 오슬로 협정을 맺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와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 이츠하크 라빈 총리(왼쪽부터)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세 사람이 상을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시몬 페레스 대통령, 이빨 빠진 호랑이?

그러나 이스라엘군 철수가 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평화를 이루고자 양측이 노력한 행보도 결국에는 퍼포먼스로 전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달 8일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로마 교황청에서 평화기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페레스 대통령은 “우리는 반드시 폭력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대등한 입장에서의(Between Equals)’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이에 팔레스타인 압바스 수반도 ‘예루살렘에 평화가 실현된다면 온 세계에 평화가 목격될 것’이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주님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간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한 달 후 분쟁은 터졌고, 페레스 대통령은 ‘대등한 입장에서의 평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 최고 원로로 꼽히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권위자의 말이었지만,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을 멈추지는 못했다.

◆이 “가자 공격 정당”… 피해 책임 회피

페레스 대통령은 급기야 이스라엘군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단히 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레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작전이 오래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이스라엘군 역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단히 주의하고 있다는 걸 교황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행동은 달랐다. 어린이 희생자가 400명이 넘어도 가자지구를 향한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공격을 정당화하고 모든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그는 지난 6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자 공격은) 정당하고 균형 잡힌 일이었다”며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살인면허를 부여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균형 잡히지 않은 일”이라고 공격을 정당화했다.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대해서는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비극은 하마스 때문”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63년 동안 10명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시몬 페레스 대통령, 이츠하크 라빈 총리, 메나헴 베긴 등 세 사람이나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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