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2/784927_805730_5906.jpg)
시중銀, 내년 초 대출 정상화
한도 재설정에 실수요자 숨통
대출 조건, 올해보다 까다로워
月총량규제에 ‘패닉대출’ 우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그동안 닫혔던 은행권의 대출 문이 새해를 맞아 다시 열린다. 연 단위로 적용되는 총량규제가 오는 31일에 끝나고 내년 1월 3일부터 재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연초 실수요자의 숨통은 다소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장례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고,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보증 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도 수도권 5억원 이하에서 7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다만 올해보다 낮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내년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월별 총량규제로 인해 한도 소진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패닉대출’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인 은행들이 대출 정상화에 속속 나서고 있다. 그간 은행권은 우대금리를 깎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내년 1월 3일자로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재설정되면서 은행권 내에서 이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우리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10개의 우대금리를 최대 0.6%p, 주택담보대출 상품 4개에 대한 우대금리를 최대 0.5%p 올린다. 우대금리를 확대하면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같이 다른 시중은행들도 우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NH농협은행도 다음달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정상화한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는 무주택자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신규 주담대 판매를 재개했다. 11월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로 낮췄던 신용대출 한도도 다시 1억원으로 확대한다.
같은 이유로 신규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SC제일은행도 내년 대출 재개에 앞서 이달 20일부터 사전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해 신규 대출을 중단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내달 초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차주별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별 소비자의 대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는 DSR 2단계가 시행돼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된다. 3단계가 시행되는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자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미 억대 대출이 있거나 소득이 적은 경우 내년부터는 사실상 은행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아진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지속될 예정이라 내년에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는 4∼5%대로 올해보다 낮게 설정됐다.
여기에 내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급등하면서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겹칠 경우 내년 대출 문턱은 사실상 올해보다 더 높아진다.
실제로 은행연합회가 지난 15일 공시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11월 기준)는 연 1.55%였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26%p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코픽스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0년 2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예금금리 상승세와 시장금리 하락세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24일 연 1.798%로 마감했다. 한 달 전(연 2.013%)과 비교하면 0.215%p 내렸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간별 총량규제도 변수다. 그간 당국은 금융회사가 대출 수요자에게 내줄 수 있는 대출의 총량을 연 단위로 규제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특정 기간에 대출수요가 몰리는 일이 없도록 기간별 총량이 다르게 설정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은행이 자체 설정한 기간별 한도가 바닥날 것을 우려한 대출 수요자들의 패닉대출 행렬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는 각 은행의 연간 총량 한도 내에만 들면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해당 기간에 부여된 총량이 바닥날 때까지 대출을 신청하지 않으면 대출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요자에게는 최대 1억원의 추가 대출 한도가 부여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실수요가 인정되는 신용대출의 경우 한도를 연 소득 대비 1배로 제한하는 조치에서 일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협의를 거쳐 결혼·장례·상속세·출산·수술·입원 등에 필요한 신용대출의 특별한도를 연 소득의 0.5배 이내, 최대 1억원 내에서 추가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국과의 협의를 마치면 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에도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최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출 중단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범위도 넓어진다. 주금공은 내년 1월 3일부터 수도권에서 보증금 7억원 이하 전셋집에 대해 대출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세 보증금이 7억원을 넘으면 SGI서울보증보험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수도권에서 보증금 5억원 이하 전세만 대출 보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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