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9천원대 진입

월급 환산시 ‘191만 4440원’

경영계 “소상공인 한계 상황”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기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9000원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러한 결정에 모두 반발하며 각기 다른 입장으로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노동계의 요구안인 1만원(16.4%)과 경영계의 요구안인 8850원(1.5%)을 놓고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고, 이어 9160원을 최종 의결했다.

최저임금이 9000원을 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내 걸었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4440원으로 올해보다 월 9만 1960원이 인상된다. 의결된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 고시된다.

공익위원들은 이번 최저 임금 인상률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경제 전망치 평균을 활용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4.0%)에 소비자물가 상승률(1.8%)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0.7%)을 뺀 값이라는 것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의결 직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반발했다.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상률로 정했다고 비판했고,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 인상률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 위원 전원과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퇴장했지만, 한국노총은 퇴장하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출처: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 위원 전원과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퇴장했지만, 한국노총은 퇴장하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명백히 초월했다”며 “이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 투쟁을 거듭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이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을 5.1% 인상하는 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실업난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참담함을 느낀다. 강한 유감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현장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이 무산된 것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종 인상 금액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공약)’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과 다름없다”면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구간은) 도저히 받아들이고 논의할 수 없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사 모두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운 위기 상황”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용과 경제 상황, 근로자의 생활 안정, 현장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공존과 상생을 위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5개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가 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4개년 평균인 7.4%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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