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80.9%·사천 56.6% 찬성
사천, ‘삼천포 상처’ 반감 지속
진주, ‘생존 논리’ 확장 명분
우주항공청 기대·불안 교차
통합효과 논쟁 속 민심 균열
![[천지일보 진주·사천=이동현 기자] 지난 6일 진주–사천 행정통합 논쟁이 재점화됐다. 과거 삼천포–사천 통합의 상처와 불균형 우려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이미 생활·경제권이 ‘반(半) 통합’처럼 움직이며 논쟁은 지역 생존 전략과 정체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진행된 송도근 사천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 모습. ⓒ천지일보 2025.11.18.](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41190_3424064_1356.jpg)
[천지일보 진주·사천=이동현 기자] 진주–사천 행정통합 논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과거 삼천포–사천 통합에서 비롯된 정서적 상처와 행정·정치적 불균형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진주–사천 생활·경제권은 이미 한 몸처럼 움직이는 ‘반(半) 통합’ 현실이 맞물리며 논쟁은 지역의 생존 전략과 정체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주시민의 80.9%, 사천시민의 56.6%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체적으로 주장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통합이 아닌 갈등이 큰 상황이다. 특히 기폭제는 송도근 전 사천시장의 지난 6일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진주와 사천의 행정통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진주시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들고 나오는 건 사천시민으로서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학군·예산 개선? 허구에 가깝다”
송 전 시장은 통합 찬성 측이 내세우는 논리를 하나씩 반박했다.
그는 “학군이 좋아진다거나 생활 여건이 개선된다, 예산이 늘어난다는 말은 모두 허구”라며 “정촌이 진주로 편입돼도 학생은 여전히 지역 학교를 다니고 예산 역시 단순 합산이지 늘어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송 전 시장은 또 인구 비율에 따른 정치·재정 불균형도 우려했다. 그는 “마·창·진 통합에서도 진해는 발언권을 잃었다”며 “사천과 진주가 합쳐지면 인구 비율상 사천의 의사 반영은 1/3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의원 구성과 투자 우선순위가 ‘3대 1 구조’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진주가 사천을 노리는 건 공항과 항만, 개발 가능한 토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진주는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사천에서 찾고 있고 사천은 항공·우주 도시로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 속에서 진주–사천 통합을 ‘상생’이 아닌 사천 자원 활용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주시장의 이야기는 일방적”이라며 “주민 의견이나 시 특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기만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다만 “언젠가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여지를 두면서도 “10년 전 통합 논의가 갈등만 불러왔듯 지금도 분란이 우려된다”며 당장은 ‘상생·협력’ 단계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천포–사천 통합의 기억은 지금도 사천 시민 정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해인(가명, 사천시)씨는 “삼천포 통합 이후 발전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진주만 이익을 보고 사천은 상처만 남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항공청 기대가 큰데 통합되면 파이를 나누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주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다”고 했다.
사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시민들 사이에 ‘삼천포 통합에서 이득을 못 봤다’는 피해 의식이 크고 우주항공청 기대를 진주와 나눠야 한다는 불안감이 반대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민감한 사안이라 공식 입장 표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생활·경제 하나, 행정 통합만 남아
반면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는 통합을 ‘규모의 경제’이자 ‘생존 전략’으로 본다.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진주에 주소를 두고 사천으로 출근하거나 반대로 사천에서 진주로 출근하는 등 경제와 생활권은 이미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주항공청과 국가산단, 방산·항공 산업이 이어지는 만큼 통합을 통해 더 큰 투자와 인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앵커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 유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항공청 기능 분산에 대한 위기의식도 크다. 관계자는 “대전과 고흥으로 우주항공청 기능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사천과 진주가 각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최소한 서부·경남 거점으로서 힘을 모으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진주–사천 관계를 “가깝지만 먼 당신”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천에 주소를 둔 기업인이 진주에 공장을 두고 진주 기업인은 경남 전역을 오가며 활동한다”며 “체육·문화·봉사단체 교류도 활발해 도민체전이나 각종 문화행사에서도 두 도시는 사실상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차원의 실질적인 통합은 상당 부분 이뤄졌으며 절차적으로 하나가 되는 길은 아직 험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주 측도 사천 내부에 남은 정서적 상처를 인지하고 있다. 관계자는 “삼천포–사천 통합 과정에서 형성된 불만과 상실감이 반대 정서의 밑바탕에 남아 있다”며 “진주시가 이를 포용하지 못하면 통합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주가 양보할 부분은 과감히 내놓고 사천의 상처를 보듬을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시티’ 흐름 통합이 답인가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는 진주–사천 통합을 전국적인 광역화·메가시티 흐름 속에 위치시킨다.
관계자는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와 부산–경남 행정통합, 정부의 ‘5극 3특(5대 초거대 도시·3개 특수지역)’ 구상 등은 수도권 집중에 맞서는 지방 생존 전략”이라며 “음성·진천처럼 기초단체 차원의 통합 움직임도 벤치마킹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주–사천 행정통합은 이 큰 물결 속에서 지역이 먼저 선제적으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라며 “우주항공·방산·첨단제조를 묶어 서부·경남 전체의 성장축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수도권과 광역시 권역에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관계자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역민들은 오직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지역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무엇이 더 옳고 필요한지 숙고해야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 지역이기주의는 공멸의 지름길”이라며 “적어도 합리적인 자세로 협상의 테이블에 함께 앉지 않으면 실기한다”고 강조했다.

◆행정통합, 효과는 ‘미지수’
행정통합의 실제 효과를 놓고 학계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최상한 경상국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구역이 넓어지고 인구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 접근성은 떨어지고 자치는 약화된다”며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는 지방행정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0년대 읍·면·동 대통폐합과 1990년대 이후 기초단체 통합 사례들을 언급하며 “행정통합은 늘 ‘효율성·경제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분석해 보면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 향상이나 재정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천포–사천 통합도 한계 사례로 거론됐다. 최 교수는 “통합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삼천포·사천 간 정서·문화·경제 구조의 이질성이 여전히 크고 주민 갈등도 남아 있다”며 “두 기초단체가 따로 있을 때보다 30년간 공공서비스 재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재정 효율 면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진주와 사천을 합치면 50만명 규모가 된다”며 “이미 ‘광역 수준’인 기초단체를 더 키우는 것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단위가 자치를 담당해야 한다’는 보충성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은 물리적 결합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공감과 정체성의 합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의 논의는 지방소멸과 우주항공 산업 같은 대의명분만 앞세우고 생활 서비스와 마을 자치의 기반을 어떻게 복원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통합만으론 부족… 삶의 질 높여야
최 교수는 지방소멸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지방이 살아남으려면 기초단체를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읍·면·동과 리(里) 단위까지 주민자치를 복원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마을 수준에서 복지·돌봄·교육·교통을 설계하고 기초단체와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돼야 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금처럼 마을은 ‘알아서 하라’며 방치하고 위에서만 민주주의와 자치를 이야기하는 구조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행정통합만으로는 지방소멸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교육·의료·문화 인프라 격차, 청년층 유출에 있다. 통합으로 인구 숫자를 늘려 ‘특례시’ 간판을 다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주–사천 행정통합 논의를 둘러싼 찬반은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선다.
진주는 우주항공과 첨단산업을 앞세운 확장 전략을 말하고 사천은 항공·우주 도시로서의 자립과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두 도시가 마주 보고 있는 단어는 ‘생존’으로 결국 같다.
서부·경남이 인구·산업 유출 등 구조적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행정통합은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 여부와 별개로 지역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주–사천 통합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시민 공감대와 정체성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통합을 서두르는 경쟁이 아니라 과거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상처를 직시하면서 지방의 생존을 위한 공동 비전을 어떻게 그려갈지, 세밀한 논의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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