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살아있는 생명 학대”
협회 “계승해야 할 문화 자산”
![[천지일보 진주=이동현 기자] 20일 진주시청에서 소 힘겨루기 경기가 다시 동물 학대 논란과 문화유산 보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진주 소싸움대회 폐지를 원하는 시민모임에서 발언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5.11.2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42350_3425451_3442.jpg)
[천지일보 진주=이동현 기자] 경남 진주 소 힘겨루기 경기가 전통 문화 보존이냐, 동물학대 중단이냐를 두고 지역사회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는 동물학대와 예산낭비를 지적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도시’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반면 협회는 항일 정신과 지역 정체성을 담은 전통문화라며 보존을 주장해 양측의 주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20일 진주시청에서 ㈔대한민속소 힘겨루기협회 진주시지회와 진주 소싸움대회 폐지를 원하는 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팽팽히 맞붙었다.
진주 소싸움대회 폐지를 원하는 시민모임 측은 “살아있는 생명을 학대하는 소싸움에 혈세를 낭비하지 않길 촉구한다”며 “생명을 존중하는 진주시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전국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수백 마리 모아 대회를 치르는 행사는 ‘소싸움’이 유일하다”며 “이러한 방식의 대회는 축산 농가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모임은 “9월 전문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70.1%가 ‘소싸움 관람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나왔다”며 “지자체의 소싸움 예산 지원에 대해 56.9%가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모임은 “지난 1월 국가유산청은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가치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진주시는 여전히 민속문화유산 지정을 요구하고 있어 불필요한 행정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지난 7월 소싸움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다”며 “지난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회의원이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폐지와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은 “시는 소싸움 상설 경기장이 있는 청도군 다음으로 많은 금액인 2023년 7억 7000만원, 2024년 7억 100만원의 소싸움 관련 예산을 사용했다”며 “소싸움이 폐지돼 약 7억원이 동물복지 정책으로 전환될 경우 시는 앞으로 동물 친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진주=이동현 기자] 20일 진주시청에서 소 힘겨루기 경기가 다시 동물 학대 논란과 문화유산 보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대한민속소 힘겨루기협회 진주시지회 측에서 발언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5.11.2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42350_3425452_3531.jpg)
반면 ㈔대한민속소 힘겨루기협회 진주시지회 측은 “소 힘겨루기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국가적 문화 자산”이라며 “지금은 일방적 폐지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 속에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소 힘겨루기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전통 민속놀이”라며 “진주 소 힘 겨루기는 전국적으로도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협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3·1운동 이후 집회 금지 정책으로 소 힘겨루기가 중단됐음에도 1923년 진주 시민들이 이를 자발적으로 부활시켰다”며 “이는 소 힘겨루기가 민족의 자존심이자 진주 지역의 정신, 항일 의지를 상징하는 문화”라고 주장했다.
또한 협회는 “일부 단체에서 제기하는 ‘동물학대’ 주장은 실제 현장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복지 기준으로 ▲소 투지 부재 시 즉시 경기 종료 ▲경기 시간 최대 30분 제한 ▲뿔 깎기 전면 금지 ▲개소주·타이어 끌기·뱀탕 급여 등 사례 전면 금지하며 적발 시 즉시 출전 금지 ▲감독관 상시 배치를 통한 지속적 관리·감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동물보호법’에서 소힘겨루기만은 전통민속경기로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며 “법적·제도적으로 보호받는 전통문화를 일부의 오해나 편견을 근거로 폐지하자는 주장은 헌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동물 복지를 강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며 문제 발생 시 즉각 개선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소힘겨루기는 이 지역의 역사이며 정체성이자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인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통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소힘겨루기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 역시 판문동 전용 경기장에서 상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시는 지난 2006년 소힘겨루기 경기장을 전국 최초로 건립하며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