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한은, 금리 인하 신중론
섣불리 내리기엔 부작용 많아

파월 “인플레 억제하고 인하”
점도표상 연내 2차례 내릴 듯

한은, 다음달 금리 동결 전망
집값·가계대출 급증세 여전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출처: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출처: 연합뉴스, AP=연합뉴스)

핵심요약

◆美 연준 의장 “아직 인하 시점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억제된다면 금리를 조기 인하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회의를 지목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도 7월 ‘숨고르기’ 들어갈 듯

연준의 의견에 따라 한국은행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미국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2.00%p까지 벌어진 데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고 가계대출도 23일까지 5조 3000억원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는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저성장 전망과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섣불리 금리 인하를 택하기에는 이후 부작용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와 수도권 부동산 매매 수요 증가, 가계대출 급증 등을 감안하면 한 차례 동결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은은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부동산 부문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인구 구조, 지역별 양극화 등 다른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시장 내에선 한은이 올해 8월이 아닌 10월에서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유가와 서울 주택 가격의 안정을 확인하기 위해 10월 23일 금통위 회의까지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출처: EPA 통신,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EPA 통신,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美 연준, 다음달 금리 인하 난항

지난 2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미국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오는 7월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억제된다면 금리를 조기 인하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회의를 지목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까지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올해 1월 29일 동결을 결정하며 인하 행렬을 멈췄다. 이후 지난 3월 19일과 5월 7일, 지난 24일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의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관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 가능성 우려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관세 인상은 가격을 상승시키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효과의 규모나 지속 기간, (관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소요 기간 모두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를 고려하면 연내 연준이 두 차례의 ‘베이비컷(기준금리 0.25%p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의장은 “(서두르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며 “고용시장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의미있게 약화한다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은 올여름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에 대해선 “현재로선 경제적 영향이 무엇일지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며 “추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05.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05.29.

◆한은, 7월 금통위서 동결 전망

한은 역시 연준처럼 다음달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국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2.00%p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비기축 통화인 원화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더 내려갈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각한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추가 인하는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집값 상승 추세도 한은의 결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일 전보다 0.36% 오르면서 2018년 9월 이후 6년 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올해 6월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120으로 전달보다 9p 뛰어 2021년 10월(1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 폭으로 따졌을 때 지난 2023년 3월(+9p)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역시 들썩이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23일까지 전월 말 대비 5조 2978억원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6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1조 7992억원, 4월 4조 5337억원, 5월 4조 9964억원 등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키워왔다. 집값이 들썩이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크게 늘었고, 증시 활황으로 투자 수요가 반영된 신용대출도 증가했다. 7월 가계대출 추가 규제가 예고돼 있지만 대출 시차를 감안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05.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05.29.

◆기준금리, 10월에야 내려갈 듯

한은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기준금리는 한은이 추정한 중립금리 범위의 중간 수준”이라며 “경기 흐름만 보면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등 금융안정 상황 때문에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서울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주택 가격이 굉장히 빠르게 상승하고 그에 따라 가계부채도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집값과 가계부채가) 이전에도 고려 요소였지만 더 큰 고려 사항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또 부동산 부문으로ㅅ 자금이 몰리는 것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 특히 수도권 부동산으로 신용이 집중되는 것은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인구 구조, 지역별 양극화 등 다른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고 했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을 종전 8월에서 10월로 늦췄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과 예상보다 강한 서울 집값 상승세 위험은 단기적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한은은 유가와 서울 주택가격의 안정을 확인하기 위해 10월 23일 금통위 회의까지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씨티는 한은이 올해 8월과 11월, 내년 2월에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1.75%까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은의 입장 발표에 씨티는 올해 10월과 내년 5월, 10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씩 내릴 것으로 전망을 고쳤다.

씨티는 “역사적인 패턴을 고려하면 서울 주택시장 랠리의 안정화는 최소한 2~3개월 정도 걸린다”며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중요시하는 한은이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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