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동 원유 수입 비중 70%
LNG 수입도 36%로 상당 차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긴장 고조
방위산업에는 호재 작용 예상돼
政, 24시간 비상대응 체제 가동
임시 선박 등 후속 대응책 논의

◆한국 산업 전반 ‘에너지 리스크’ 직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중동 원유·LNG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진 한국 산업계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제조업 원가 상승은 물론 전력·가스·화학 등 에너지 민감 업종과 물류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위기에 일각에선 한국 산업구조의 외부 의존성을 다시 부각시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업부, 물류망 관리 등 해결책 논의
정부는 충격 확산을 막기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에너지 수급 점검과 물류망 관리,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사태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전용 선복 제공 및 긴급 유동성 지원 등이 마련된다. 해상 물류 경색으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임시 선박 투입 등 후속 대응책도 준비 중이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국제사회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복합적인 충격을 일으키면서 한국 산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 우려가 가장 먼저 부각됐고,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수출기업들의 물류망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유가 급등에 ‘혼비백산’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 주요 지역에 공습을 감행하고, 이란이 보복 위협을 지속하면서 국제 유가는 급격히 반등했다. 그 여파의 예시로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6일 기준 ℓ당 1700원을 돌파했고, 전국 평균도 1631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배럴당 4.87달러(7.02%) 상승한 7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도 배럴당 4.94달러(7.26%) 상승한 72.98달러에 마감했다.
한국의 중동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륙별 원유 수입의 경우 중동이 71.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32.6%), 아랍에미리트(10.9%), 쿠웨이트(9.6%), 이라크(9.0%) 등 주요 수입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서도 중동 의존도는 높다.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에서 중동 국가인 카타르(24%)와 오만(12%) 비중은 36%에 달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될 경우 한국은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물류업계 원가 압박 증가
이같이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유가 급등은 곧바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제조업 평균 원가는 약 0.67%, 전체 산업 평균은 0.38%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석유화학·철강업계는 물론, 플라스틱·타이어·페인트 등 석유화학 연관 업종 전반에 압박이 가중된다.
특히 전력·가스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전망이다. 전력·가스산업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중 하나다. 유가와 LNG 가격 상승이 원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돼 타 산업 대비 원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전력요금은 LNG와 석탄 등 연료비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계통한계가격(SMP) 제도로 운영된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라 LNG 가격이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도매전력가격에 반영된다.
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동 유조선의 3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안정성이 확대되자 글로벌 해상운임이 단기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한국 주요 수출입 항로에 있는 물류기업들은 향후 수출단가 조정 및 운송계약 재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심각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봉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대중(對中) 석유 판매액이 이란 정부 지출의 약 절반에 달해 해협 봉쇄 시 이란 경제가 입을 타격도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위산업은 반사이익 전망
다만 이번 상황은 방산산업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직후 국내 증시에서 한국항공우주(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 기대감과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가능성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주요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즈는 전일 대비 18% 상승한 6만 4200원(47달러)에 장중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6만 500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019년 11월 코스피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주요 방위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LIG 넥스원은 5.32%, 현대 로템은 6.32%,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2.65% 상승했다. 각 회사의 주가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한국 방산기업들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UAE, 폴란드 등과 다수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 중이며, 중동 안보 공백이 심화될 경우 해당 수출지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 주가 급등과 실적 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들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政 “에너지 수급, 물류 흐름 관리 핵심”
정부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의 여파가 심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며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와 국제시장 동향,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콘퍼런스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재부를 포함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주요 정책·금융 당국이 모두 참여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분야에서 핵심 대응 과제 중 하나는 에너지 수급과 물류 흐름 관리다. 산업부는 유관 부처와 함께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주요 공기업을 통해 중동발 원유·가스 수입선의 다변화 여부, 비축유 활용 계획, 선물계약을 통한 가격 리스크 회피 등을 전방위로 점검하고 있다.
수출·입 기업의 물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도 함께 논의됐다. 특히 중동 지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전용 선복 제공 및 긴급 유동성 지원 등이 마련된다. 정부는 사태가 악화돼 주요 해상 물류 경색으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임시 선박 투입 등 후속 대응책도 준비 중이다.
![셰일 오일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6/3283209_3350663_1618.jpg)
◆‘외부 의존’ 韓 산업 구조 약점 부각돼
일각에선 이번 중동발 위기가 한국 산업계의 구조적 약점을 다시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유·가스·희귀금속 등 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이 산업 전반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는 유가 민감도를 높인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에너지원 확대 등이 꼽힌다. 부품소재의 현지 조달 확대, 물류망 다변화, 공급망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는 이 중 가장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언급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한 원론적인 해결책은 다변화다. 통상 외부 리스크 최소화 측면에서 한쪽 의존도를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 여러 차원에서 공급망을 다변화시켜 이번과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경제인사이드] 상법·노란봉투법 속도전에 재계 ‘비상’… “경영 리스크 급증 우려”
- [경제인사이드] “1인 1계정”… ‘계정 공유 제한’에 OTT 이용자 떨어지나
- [경제인사이드] 관세전쟁에 내수 부진까지… 한국, 저성장 고착화 우려
- [경제인사이드] 세계는 원전 확대… 한국은 아직도 ‘정책 흔들’
- [경제인사이드] 관세 전쟁에 컨트롤 타워 부재까지… ‘0%대 성장률’ 현실화되나
- [경제인사이드] 경기 둔화에도 내려가지 않는 금리… 기준금리 언제 내릴까
- [경제인사이드] 술술 다 털리는 개인정보… 통신사, 정보보호 강화 ‘총력’
- [경제인사이드] ‘슈퍼사이클’ 벌써 끝?… K-조선 위기론 확산
- [경제인사이드] 여천NCC 대규모 손실에 석유화학업계 ‘초긴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