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6년 9개월래 최고
5대 은행 가계대출 5조 늘어
한은 “금리 인하 신중히 결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05.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7/3287959_3356645_3157.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 등 집행 간부들은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향후 가계대출은 주택 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8~9월 중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이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지난해 8월 수준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대됐다”며 “6월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018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거래량도 지난해 최고치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4주차 서울 강남 3구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연율 환산 53.7%(주간 0.83%)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추가 가격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택가격 오름세도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가계대출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만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26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4조 9135억원 불어난 752조9948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부터 석 달째 5조원에 근접한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월말까지의 수요를 감안하면 6월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8월(9조 6259억원), 9월(5조 6029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은 올해 5월 6조원에 이어 6월 7조원에 육박했다.
보통 은행이 대출을 신청받으면 실행되기까지 1~3개월이 소요된다. 이달 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런 과열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계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또 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도입할 수 있는 고강도 추가 규제안을 국정기획위에 공식 보고했다.
한은은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지속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를 추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구체적인 안으로 먼저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및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를 언급했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집값이 유독 치솟은 주변 지역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정책대출이나 수도권 유(有)주택자 전세대출 등을 포함한 DSR 적용범위 확대도 함께 거론했다. 한은이 최근 자체보고서에서 “정책대출이 DSR 규제 대상에서 빠진 가운데 커진 정책대출 비중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고 지적한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