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사진출처: 뉴시스)

동부제철 ‘자율협약’ 돌입
특유의 ‘뚝심 경영’ 통할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동부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동부그룹 자구계획의 핵심인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동부그룹은 26일이나 27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할 계획이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감자 등을 통해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밟게 되는 것은 동부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매각이 무산된 영향이 크다. 이 패키지 매각은 동부그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의 핵심이었다.

앞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 패키지 인수 건에 대해 “시너지가 크지 않아 인수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부그룹과 채권단이 정식으로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동부와 채권단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소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은 엄연히 구분돼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손해보험 업계 2위(시장점유율 15%)로 매년 3000억 원 안팎 순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최악의 경우라도 금융계열사 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김 회장 특유의 ‘뚝심 경영’이 드러난 셈이다. 경영권 유지의 핵심이 되는 김 부장의 지분이 넘어갈 경우 사실상 동부그룹에 대한 김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동부그룹은 동부CNI와 동부화재를 각각 축으로 하는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의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동부그룹은 동부 CNI를 중심으로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계열사는 동부화재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동부증권, 동부생명,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을 아래에 두고 있다. 장남 남호 씨는 동부화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부제철 자율협약 과정에도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강제 조건은 들어있지 않은 만큼 김 회장이 지분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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