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스템 기술 명가재건 포석 깔렸나?

LG측 “인수에 관심없다”
국내기업 일단 관망자세
해외 매각 가능성도 염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LG그룹의 ‘동부하이텍 인수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실리콘웍스를 865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업계에선 이를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재개의 신호탄으로 보고 그 후속으로 동부하이텍 인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동부전자로 출발한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하기로 한 비(非)메모리 반도체 계열사다.

주력 제품인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소리·온도 등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디지털 카메라용 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디지털 오디오 엠프칩, 디스플레이 구동칩(LDI)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동부하이텍은 국내 유일한 파운드리 전문 업체이기도 하다. 최근 LG그룹이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것이 생산설비를 갖춘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이 동부하이텍 인수를 결정할 경우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이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수직화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LG그룹은 국내 반도체 웨이퍼 생산 1위 업체인 LG실트론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시 과거 시스템반도체 기술 명가(名家)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이란 이름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LG그룹은 1995년 LG반도체로 이름을 바꿔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된 ‘빅딜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현 SK하이닉스)에 넘겨줬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중단을 놓고 매우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는 만큼 LG그룹의 동부하이텍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LG그룹은 여전히 동부하이텍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실리콘웍스의 인수는 칩 설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고 파운드리 생산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규모 생산라인을 가진 파운더리 업체를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 이외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이 동부하이텍의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동부하이텍의 인수에 국내 대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인수 후보자로 점쳐졌던 국내 기업 몇 곳이 잇따라 인수 시도를 부인하면서 해외 기업으로 매각 가능성이 점차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동부하이텍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동부하이텍 인수를 희망하는 복수의 해외기업과 비밀유지약정서(CA)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하이텍 매각주관사는 CA를 맺은 해외업체에 투자안내서(IM)를 발송한 상태다. 동부하이텍의 해외 매각에 대해 업계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나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기업으로의 매각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국내 매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부그룹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만큼 오히려 해외 기업이 인수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경우 국내 팹리스에 더 이득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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