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한국교회와 교회세습’ 주제로 토론회 열어

개신교 ‘세습반대’ 받아들여야
복음사역 위해선 과감히 포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국 개신교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교회세습에 대해 교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지난달 28일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와 교회세습’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현장의 뛰고 있는 목회자적 관점에서 교회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교회세습에 관해 토론했다.

◆일부 개신교단 ‘교회세습 방지법’ 헌의
몇 년 전부터 대형교회를 비롯해 중‧소형교회까지 편법 세습 논란에 휘말리며 개신교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개신교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교회에서 공공연하게 교회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손달익 총회장)과 한국기독교장로회(나홍균 총회장) 등 몇몇 회원교단이 이달 여는 정기총회에서 ‘교회세습 방지법 제정’ 헌의한 상태다. 경기북노회도 ‘담임목사 세습 금지’를 헌의하며 “헌법 제3부 교회정치 제5장 목사 제4조 목사의 직임 1 담임목사 조항에 ‘부모가 담임목사 또는 장로로 있는 지교회는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동일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를 신설해달라”고 청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세습에 대해 실무자적입장에서 고찰하고 세습 방지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총회를 대비해 교회세습이라는 주제를 미리 환기시키자는 취지에서 이번 토론회가 마련된 것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교회협도 지난 2012년 11월 열린 제61회 총회에서 2013년 10대 해결 과제 주 중 하나로 ‘교회 세습’을 선정한바 있다.

◆이영재 목사 “교회세습은 악행”
먼저 구약학자인 이영재(전주화평교회) 목사는 세습한 교회들이 구약성경을 들어 정당화하는데 이에 대한 신학적인 근거 여부를 따졌다.

이영재 목사는 “교회세습을 추진하는 목회자들이 구약성서 중 제사장직 승계에서 직분 계승을 주장하는데 이는 성경적이지 않다”며 “‘모세오경’을 보면 지도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직분을 계승하는 경우는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지도자였던 모세의 경우 아들들이 모세의 직분을 물려받았다는 내용은 성경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 목사는 “교회세습은 이 공공의 원리를 훼손한다”며 “공공의 재화와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공공성 원리를 훼손하는 ‘교회세습’은 성경을 거역하는 악행(惡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춘천중앙감리교회 권오서 목사가 나와 ‘사회 선교’의 원칙을 거론하며 목회 세습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권 목사는 지난해 9월 감리교의 장정(章程·교단법)개정위원으로 ‘교회 세습 금지’ 법안을 주장한 바있다.

그는 “목회 세습을 반대한 이유는 세상이 싫어하기 때문”이라며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은 선교인데,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선교할 수 있겠는가? 교회세습은 교회가 복음을 들고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일부 교회는 리더 교체로 인한 갈등을 피하려고 세습해 목회가 잘 이어진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세습이 허용되거나 방치하면 해당 교회는 살고 개신교 전체는 죽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게 이 목사의 주장이다. 한국 개신교계가 살기 위해서는 교회도 민주주의를 회복해 목회 대물림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선교를 하기 위해선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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