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 공동협력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신교계 “역사적 가치 작아… 특정종교 ‘성역화’ 사업”
서울시 “관광산업 차원 개발… 3500억 시비 투자는 오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울시가 불교 조계종과 손잡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일대를 역사문화관광지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한 가운데 개신교계가 ‘종교편향’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시의 관광자원개발 계획이 종교갈등으로 번질 양상이다.

지난 27일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내고 서울시와 조계종을 맹비난했다. 교회언론회는 조계사와 그 일대를 전통문화 관광벨트화 하는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지 사업’에 대해 “불교계가 그렇게도 목소리 높이고 혐오스럽게 여기는 ‘종교편향’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조계사를 비롯한 견지동 일대가 ‘민족문화의 보고’라고 했지만 조계사의 역사는 불과 60여 년 밖에 안 된다”며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불교성역화를 위해 서울시민들의 혈세 3500억 원이 투입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 재선을 위한 의도로 이런 엄청난 선심을 쓰고 있다면 긴급히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견지동 역사문화지구’ 어떻게 구성되나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일대 면적 총 2만 8577㎡에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광화문, 경복궁, 인사동과 연계되는 견지동 일대를 한국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조성하는 이번 사업에 최소 2600~3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은 2013~2017년, 2018~2022년까지 두 단계로 진행되며, 공사가 완료되면 경복궁과 조계사, 인사동을 연결하는 전통문화 관광벨트가 형성된다.

이 사업으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조계사 대웅전, 우정총국을 뺀 나머지 조계사 일대가 전통문화 관광지로 탈바꿈한다. 10.27법난을 주제로 한 역사문화공원과 역사교육관, 템플스테이 체험시설, 문화상품아케이드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특히 유동인구 밀집을 고려한 대형버스 주차장도 지하에 마련된다.

건립 예정인 10.27역사교육관은 10.27법난을 상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10.27법난은 1980년 10월 계엄사령부의 합동수사본부 합동수사단이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한 사건이다. 3만 2000여 명의 군경 합동병력이 전국 5700여 개의 사찰에 난입해 1700여 명에 달하는 스님들을 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불교계에서는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4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 역사기념관 건립과 운영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사업은 이명박 시장 시절부터 계획된 것으로 당시 ‘역사문화벨트’로 개발하는 도시계획 정비 계획으로 추진됐지만 착수하지는 못했다. 또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경복궁과 인사동, 창덕궁을 잇는 문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이도 시행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관련 논의는 지속돼 시는 지난해 12월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지난 7월경에는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성, 기대효과 등에서 전문가들이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함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개신교계가 이 사업을 “대표적인 종교편향 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개신교계는 대국민반대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태세다.

◆개신교계 “종교편향 행정” 반발

개신교계가 이 사업을 종교편향이라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는 사업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조계사의 역사가 60여 년밖에 되지 않아 역사적인 가치가 작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27일 논평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계사를 비롯한 견지동 일대가 우리나라 불교계 본산이자 민족문화의 보고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조계사는 1937년 종로구 수송동 각황사를 이전한 것으로, 1954년 비로소 조계사로 명명했다. 조계사의 역사는 60여 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복궁 등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주변문화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짧은 역사라는 설명이다. 교회언론회는 “그런데도 이를 ‘불교계의 본산이자 민족문화의 보고’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조선시대를 대표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경복궁과 비교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그 다음으로는 약 3500억 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교회언론회는 “서울시와 불교계가 서울시민의 혈세를 들여 ‘불교 성역화’를 실천한다면, 지난정부에서 그렇게도 피터지게 외치고 우리 사회를 두렵게 만들었던 ‘종교편향의 도’를 넘어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박원순 시장의 학생시절 불교학생회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아 박 시장이 불교를 위한 종교편향에 앞장서고 있으며 시장 재선을 위해 선심을 쓰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불교계의 친일행적을 지적하며 “말로만 ‘종교편향’을 말하지 말고,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정권과 정부에 의존해 종교를 유지하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서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신교계의 반응에 대해 “너무 오해가 큰 것 같다”며 “현재 관광자원의 관점에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조계사의 역사적인 가치로 이번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조계사 일대가 ‘선불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등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점을 들어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2600~3500억 원이 소요되는 이번 사업비용은 서울시가 전부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와 국방부, 조계종이 협의해 10.27보상 관련 법률이 제정됐고 이에 따라 보상기금(약 1500억 원)은 이미 조성됐다. 이에 조계종이 이 금액을 이번 견지동 사업에 전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시는 조계종이 자체 부담금으로 500억 원을 투입하고, 시가 지원할 금액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종교적인 색채를 띤 건축물이 아닌 공공주차장 등 시가 응당 담당해야 할 부분에 투자할 것이라며 종교편향 의혹을 부인했다.

◆“관광자원적 관점에서 봐 달라”

시 관계자는 “관광 동선으로 봤을 때 관광객들이 광화문을 관람하고 삼청동이나 북촌한옥마을로 가는 경우가 있고, 인사동 쪽으로 넘어와 종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견지동이다. 견지동의 입지적인 개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계사라는 사찰 자체의 역사성을 중시했다기보다는 ‘조계종’이라고 하는 한국불교의 상징성 있는 종단의 구심점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 “선불교 등 동양의 신비를 주는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한 관광자원”이라며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서 견지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문화재적 가치를 중시하기 위해서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업을 서울시청 문화재과가 아닌 관광산업과에서 주관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시가 시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기본계획과 사업비 사용 내역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종교편향 논란을 잠재우고 이번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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