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출시장에 있어 개점휴업 상태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인터넷은행들은 총량규제에 막혀 적극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영업을 하기 어려웠고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를 달성해야 했다. 이에 따라 고신용자 대출을 막고 중·저신용자의 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이 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면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제공 목표 달성과 별도로 고신용자 대상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어 부담을 덜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인터넷은행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되는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 시중은행들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당국,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차질에 “한도에서 제외 검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 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충분한 한도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된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0조원가량이었던 중금리대출 공급을 올해 32조원, 내년에는 35조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내년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 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라며 “사실상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결정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중·저신용자 대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경우 당국에 제출한 목표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총량 관리 기조로 대출을 늘릴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은 10%대로, 올해 목표치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또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올해(5~6%)보다 낮은 4~5%로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대출 보릿고개서 숨통 트이나

인터넷은행은 규제 기조 강화로 대출이 막힌 상태다. 올해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인터넷은행 3사 중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한 곳도 없을뿐더러, 일부 은행에선 역마진으로 기존 상품의 혜택을 줄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올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각각 20.8%, 21.5%, 34.9%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고강도 총량규제 압박으로 시중은행이 대출 한도를 줄이자 인터넷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지난 9월 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13.4%, 13.7%, 28%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약 7%p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만만치 않는 목표라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출범 10일 만에 대출 총량을 다해 역마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조건 연 2% 금리를 제공하던 수시입출금 통장에 ‘1억원 이하’에만 2%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금리 체계를 바꿨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인터넷은행에 무조건 페널티를 주지는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 은행이 비중을 반전시키진 못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실질적 노력을 했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 여러 요인도 작용한 만큼 기계적으로 페널티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의 중금리 실적이 미미하자 올해 초 중금리대출 목표치를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신사업 제한 등의 페널티를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저신용자 돌파구에 시중은행 관심 쏠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의 예외사항이 될 경우, 규제에 따른 성장 제한을 돌파할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가한 후 중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이 신용평가 점수(CB) 800~850점대 차주들에게 제공하는 5~6%대 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1월 5%(단순산술평균)에서 10월 9%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7%대 이상의 저신용자 대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시중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강조한 만큼 우량차주들을 선별해 대출을 제공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2일 “가계대출은 보통 (연간) 7% 정도 성장했지만 내년 4~5% 이하 성장으로 제한을 받게 된다”며 “가계대출도 성장을 제한하는 건 우량고객들만이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 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어 성장 기회로 탐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내정자는 “신용평가모형(CSS)을 정교화해서 선택적으로 (이들 고객군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라며 중·저신용자 대상 선별대출을 시사했다.

우리은행 역시 신용평가모델 적용 대상을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한 ‘스마트스토어사업자(SME) 대출’ 상품에 반영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 출시되는 자체 음식 주문 플랫폼 ‘땡겨요’를 통해 CSS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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