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 IHS마킷,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5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 IHS마킷,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5

코로나 재확산에 공장 셧다운

반도체 중요성·의존도 높아져

3년 후 시장규모 655억 달러

 

완성차5사, 월별 실적 역성장

車생산 줄자 줄줄이 피해 확산

부품·타이어, 실적 직격탄 맞아

정의선 “내년 초 완화 전망”

-핵심요약-

◆완성차·부품·타이어 모두 ‘휘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4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부품사와 타이어사 역시 완성차의 물량 감소로 판매 부진이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필수품 車반도체… 판 커진다

자동차 기술력이 고도화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의 기능 대부분을 맡고 있어 의존도도 높다.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 시장 규모는 내년 553억 달러, 2024년 65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기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 타이어사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자기기 된 車… 반도체는 필수

자동차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기계장치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기계 덩이가 아닌 다양한 전자부품으로 이뤄져 서로 연결하고 상호작용하는 전자기기가 됐다. 자동차는 수 만개의 부품이 모여 만들어지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에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엔진 제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비게이션 등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반도체가 차량의 기능 대부분을 맡고 있어 의존도도 높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에 따르면 2021년 418억 달러였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553억 달러, 2024년 655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의 엔엑스피(NXP), 독일의 인피니온 등에 몇몇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처럼 압도적 1위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야기된 ‘반도체 대란’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밀집해있는 북미지역에 이상 한파가 발생하면서 공장들이 1개월 이상 문을 닫았다. 또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1분기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감산이 불가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여기에 반도체 후공정이 집중된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첫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공장 셧다운을 반복 중이다. 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돼 반도체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생산·인증·신뢰성 검증으로 공급 유연성이 부족해 피해 여파가 크다. 말레이시아는 인피니온·ST마이크로·인텔·NXP·TI·온세미 등 50여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공장이 위치한 반도체 7대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공정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완성차 OEM 기업들도 피해가 잇따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앨라배마·울산·아산 공장을 간헐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토요타는 9월 생산량의 40% 수준인 40만대를 감산했다. 스텔란티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펠 공장 및 오스트리아 공장을 올해 말까지 셧다운한다. GM은 북미·멕시코 7개 공장 및 올해 북미지역에서 20만대를 감산 조치한다. 닛산은 미국 데네시주 서머나 공장을 8월 2주 동안 가동을 멈췄으며 올해 25만대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반동체 공급 회복은 언제?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 해외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자리에서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해 “(반도체 수급이) 내년 초, 1분기가 돼야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는 좀 더 길게 전망했다. LMC는 지난 9월 수정 전망을 발표하고 델타 변이에 따른 반도체 대란이 코로나19 팬더믹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LMC는 2023년 하반기가 돼야 2019년 수준의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휘청 거리는 자동차 산업.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주차된 차량들과 기아 광주공장의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뉴시스) ⓒ천지일보 2021.11.5
휘청 거리는 자동차 산업.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주차된 차량들과 기아 광주공장의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뉴시스) ⓒ천지일보 2021.11.5

◆국내 완성차5사 4개월째 부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는 반도체 대란 여파로 월별 실적이 4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대란에 따른 생산 차질로 생산과 판매가 줄어 지난 7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성장을 보이고 있다.

1일 각사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국내외 54만 819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70만 5047대) 대비 22.2% 감소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부진 규모 중 가장 큰 규모다. 완성차 5개사의 월별 판매 실적을 보면 7월 58만 9703대, 8월 54만 4992대, 9월 53만 9236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 5.9%, 20.8%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생산이 줄고 판매부진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차량 생산 손실은 올해 1분기 143만 8000대, 2분기 259만 8000대로 집계됐다. 특히 7월과 8월 글로벌 완성차는 253만 7000대의 생산 차질을 발표, 3분기 들어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지고 있다. IHS는 3분기 380만 5000대의 생산 손실을 전망했다.

한편 현대차·기아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양사는 반도체 대란으로 차 생산과 판매가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흑자전환, 기아는 579.7%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V 등 고수익 차종의 판매 비중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부품·타이어도 실적 쇼크

반도체 대란의 여파는 완성차 협력사인 부품사와 타이어사까지 이어졌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 악화가 부품사와 타이어사에도 전이 된 것이다.

3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만도는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4575억원으로 전년 동기(5983억원) 대비 23.5% 감소했다. 당초 약 5300억원의 전망했지만 800억원 정도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 영향으로 완성차 물량이 감소하고 지속적인 물류비 상승이 3분기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은 9조 98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조 9915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대위아도 같은 이유로 3분기 3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136% 늘어난 것이지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9% 밑돈 실적이다. 만도도 상황을 마찬가지다. 만도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밑돌며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한 5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물류비 등 고정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타이어업계는 반도체 대란과 함께 물류 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가 터졌던 2019년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분기 영업이익이 18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고 공시를 통해 1일 밝혔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신차용 타이어 공급 감소, 선복 문제 등 글로벌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인 165억원, 넥센타이어는 기저효과로 인해 1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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