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과 볼트EV 리콜 현황. (출처: 뉴시스, SNE리서치) ⓒ천지일보 2021.8.27
2021년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과 볼트EV 리콜 현황. (출처: 뉴시스, SNE리서치) ⓒ천지일보 2021.8.27

전기차 화재로 K배터리 위상과 신뢰에 큰 타격 입어

화재 원인과 안전성을 검증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안정성 높인 ‘전고체 전지’ 2027년부터 상업화 목표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약속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K배터리’가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에 따른 리콜로 위상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탄소 감축에 나서며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K배터리가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K배터리의 위상과 신뢰 하락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기술 개발과 품질 점검 및 안전성 확보가 우선돼야 글로벌 시장을 계속 리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리콜에 K배터리 ‘곤혹’

지난 20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 전기차(EV) 7만 3000대를 추가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전 세계에서 판매된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 9000대에 대해 일부 불량 배터리 모듈 교체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안 돼 추가 리콜이 나온 것이다.

추가 리콜에는 10억 달러(약 1조 1835억원)의 비용이 들 전망이며, GM은 공급업체 LG에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성명을 내고 “2017~2019년식 쉐보레 볼트EV 일부 모델에 한해 진행하고 있는 자발적 리콜 조치를 볼트EUV를 포함한 볼트EV 전 모델로 확대한다”며 “화재의 위험성에 대비한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GM은 지난해 볼트EV에서 발생한 화재로 배터리를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한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러나 업데이트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결국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국내외에서 생산한 ‘NCM 622’ 파우치형으로 니켈, 코발트, 망간이 각 6:2:2 비율로 배합된 LG의 주력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LG전자가 모듈화 작업을 거쳐 GM에 납품했다. 현재는 LG전자가 하던 배터리 모듈화 공정을 LG에너지솔루션이 맡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 보고된 쉐보레 볼트EV의 배터리 관련 비충돌 화재 사고는 총 10건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쉐보레 볼트에 대한 소비자주의령을 다시 내리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콜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2019~2022년식이 대상이다. 7월 이전에 리콜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볼트 차량에 적용된다. 앞서 GM은 전 세계에서 볼트EV 6만 9000대를 대상으로 약 8억 달러 규모의 리콜을 단행했으며, 기존 리콜과 이번 리콜조치를 포함한 총 비용은 18억 달러(약 2조 130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LG 측은 “고객사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원인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리콜 결정으로 2분기에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 등 리콜 충당금 3256억원을 반영했는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 가능성도 있다.

◆“충당금만 2조원 넘을 수도…”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볼트EV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GM이 화재 원인과 책임을 차량 결함이 아닌 배터리로 몰고 갈 경우 분담 비율에 따라 최대 2조원이 넘는 리콜 비용을 LG 측이 떠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M은 지난달 리콜 발표 당시에는 배터리 모듈 제작 과정에서 ‘드문’ 제조 결함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리콜에서는 결함의 원인을 특정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상장을 앞두고 더 난처한 상황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잇단 화재 발생으로 리콜 조치된 현대차 코나 EV 충당금으로 6500억∼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반영한 바 있어 또다시 충당금을 떠안게 되면서 상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진화 후 전소된 코나 일렉트릭의 모습. (출처: 달성소방서) ⓒ천지일보 2020.10.4
4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진화 후 전소된 코나 일렉트릭의 모습. (출처: 달성소방서) ⓒ천지일보 2020.10.4

◆SK이노·삼성SDI도 긴장

배터리 화재 관련 사고는 LG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있었다.

최근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포터2 EV에서도 주행 중에 연기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말 출시된 포터 EV는 지난해 9020대가 등록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8554대가 팔린 ‘베스트 셀링’ 전기차다. 이번 사고 원인이 배터리와 관련된 문제로 확인될 경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차량 중 첫 번째 화재 사고가 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독일 BMW와 미국 포드 등에 공급한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4만 7000여대를 리콜했다. BMW ‘330e’ 등 PHEV 2만 6900대, 포드 ‘쿠가’의 PHEV 모델 2만 500대가 대상이다.

◆해결 해야할 과제는?

연기, 화재 등 ‘품질리스크’로 K배터리가 상황이 좋지 않다. 업계는 K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1위 왕좌에 오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배터리 화재 문제를 꼽았다. 리콜 조치로 잇단 배터리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 성장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안전 진단 등 품질 검수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고객들의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어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화재 원인과 안전성을 계속 검증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기술 개발과 품질 점검 및 안전성 확보도 강조된다. 다만 업계는 안전성을 극대화한 전고체 전지를 조만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전고체 전지 개발에 나선 가운데 삼성SDI는 오는 2025년 전기차용 대형 셀을 개발한 후 2027년부터 상업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국가별로 보면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3파전이며,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14.1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153.7% 증가했다.

CATL이 점유율 29.9%로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24.5%로 2위다.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15.0%), 4위가 중국 BYD, 5위와 6위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다. 특히 톱10에 한·중·일 기업들로 채워져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CATL은 중국 시장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해외시장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4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은 494만 8000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25%, 하반기 대비 23% 증가했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2019년부터 매 분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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