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10.2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10.28

최근 집값 주춤에 자화자찬

또 섣부른 진단 반복하나

洪 “안정시킬 중대한 기로”

안정세 논하기엔 아직 일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집값 상승이 주춤하자 정부는 또다시 정책효과를 들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세웠다. 지난 6월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하락세로 조정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계속 상승해 거꾸로 나타났다.

9월부터 최근까지 상승세가 꺾이긴 했으나 시장에서는 안정세를 논하기 이르다는 지적이지만 정부는 치적을 내세울 기회를 놓칠세라 주택공급조치 가시화, 금리 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조치로 인해 집값이 주춤했다고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반응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당의 선거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섣부른 판단으로 헛다리를 짚었던 홍남기 부총리가 또다시 섣부른 판단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홍 부총리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주택시장은 8월 말 이후 주택공급조치 가시화, 금리 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일련의 조치로 인한 영향이 이어지면서 그간 (지속된)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부동산 안정의 중대한 기로를 맞아 기대심리 안정을 위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있다고 판단해 주택공급 속도 제고, 부동산 관련 유동성 관리, 시장교란행위 근절 등을 총동원해 안정시켜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 내내 잡지 못했던 집값을 임기 막바지에 와서 잡아보겠다고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홍 부총리가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한 근거는 이달 들어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고 있다는 점과 실거래가 사례 중 직전가격에 비해 ‘보합·하락’ 거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중개업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잡을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답변이 증가했다는 것도 주택매수 심리가 꺾인 근거로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경우 9월 첫째 주 0.21%에서 넷째 주 0.19%, 10월 둘째 주 0.17%, 10월 셋째 주 0.17%를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은 9월 첫째 주 0.40%, 9월 넷째 주 0.34%, 10월 둘째 주 0.32%, 10월 셋째 주 0.30%를 기록했다. 또 서울 아파트 실거래 중 가격 보합·하락 거래 비율은 올해 7월 26.1%, 8월 25.8%, 9월 28.8%에서 10월 셋째 주에는 38.4%로 늘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개선돼 지난 3월 말 수준으로 하락하고, 특히 일부 민간지표의 경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8월 셋째 주 이후 매수세가 8주 연속 둔화하며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매수자 우위’로 재편됐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9.11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9.11

물론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세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변동폭이 너무 미미하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9월 첫째 주 0.4%를 최고점으로 조금씩 내려가 가장 최근인 이달 셋째 주 0.3%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0.1%포인트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가격은 오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여전히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계속 높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10월 서울 ‘KB부동산매매전망지수’는 113이다. 이 지표가 100 보다 높으면 향후 집값이 오른다고 답한 사람이 내린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을 훨씬 넘어 110 이상을 기록해 집값 상승을 높게 보는 사람이 상당히 우세하다는 얘기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3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고점에 접근했다”며 집값거품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전망과 반대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이후 매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2% 전후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미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신뢰가 바닥을 찍었기 때문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도 홍 부총리의 섣부른 발언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계속 하락시킬 것이란 파단이 우세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택공급 물량이 30%밖에 안되고, 재건축시장을 거의 막았으니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집값 주춤세는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 등으로 자금 흐름을 막았기 때문에 왜곡된 현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자금은 필요한 자금인데, 정부가 신규대출은 다 막아버렸다. 경제정책이 예측이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그게 안되다보니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고 서민들은 결국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값이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집값은 여전히 높다.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주춤한 것으로 보이는데, 더 지켜보고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주택공급, 유동성 관리, 시장교란행위 근절 등의 대책은 늘 반복해서 하던 얘기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집값이 잡힌 적이 과연 있었는가. 따라서 향후 잡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을 시 고소득·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전세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9월 말부터 늦으면 10월 초부터 부부가 연간 7000만 원 이상을 버는 가구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자격 제한을 강화한다. 무주택자의 경우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18.8.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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