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장동·카카오 퇴직금 논란

부모 찬스로 재산 편법 취득

세대생략 증여 4년간 80%↑

MZ 5분위 배율 35배 확대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대장동 비리 의혹’을 비롯해 케이큐브홀딩스 퇴직금 논란 등 가족을 통한 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20·30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고 있다.

◆곽상도 아들, 퇴직금으로 5억원 받아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특혜·로비 의혹에 휩싸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곽씨가 실제 근무 기간이 5년 10개월여밖에 안 될뿐더러, 대기업 대표로 수십년 정도 일해서야 겨우 만질 수 있는 수준의 거액을 대리 직급에서 받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다.

화천대유 측은 해당 퇴직금의 경우 곽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이명과 어지럼증이 악화된 데 따른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이라고 밝혔지만, 사망 등 중대 산재를 당했을 때 지급되는 산재 위로금이 최대 2~3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식 밖으로 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아버지인 곽 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200년치 월급”이라며 “수많은 청년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다가 산재로 사망하고 다쳐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올해 초 평택항에서 사망한 고(故) 이선호 씨, 최근 인천 지역에서 아파트 외벽청소를 하다가 추락해서 숨진 청년 사건 등 산재 사고를 예로 들며 “정치 권력의 후광으로 31세 청년이 50억원의 퇴직금을 챙기도록 해놓고도 정상적으로 열심히 일한 대가라느니,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이라느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범수 의장 동생도 과다 퇴직금 논란

과다한 퇴직금 논란은 사실상 카카오 지주회사로 불리는 케이큐브홀딩스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동생은 케이큐브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퇴직금 14억원을 받은 것이 최근 드러났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2대 주주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케이큐브홀딩스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인데 연속 적자인 회사에서 14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의장은 “대출 이자 지급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지만 자산운용을 통해 몇백 억원 정도 이익을 냈고 거기에 걸맞은 성과급”이라면서도 “제가 생각해도 퇴직급여 부분은 좀 많다”고 인정했다

◆부모 찬스로 손쉽게 건물 소유·자산 취득

이 같은 ‘가족 찬스’ 논란은 부동산과 자본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국세청은 나이나 소득을 고려할 때 자력으로 자산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30대 이하 연소자 44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고가 주택 등 재산을 편법 취득하거나, 탈세로 사치 생활을 누린 프리랜서 등이다. 이 중 부모로부터 주식을 편법 증여받은 2세 영아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고가 상가·빌딩 소유 등 많은 재산을 축적했으나, 실상은 부모 찬스를 이용해 현재의 부를 이룬 사례를 다수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부모 찬스’를 통해 재산을 늘린 건수도 총 1만 1237건이 적발됐다. 증여재산가액으로는 1조 7515억원, 결정세액은 3328억원이다.

지난 2016년에 증여 건수가 6230건을 나타낸 이후 2017년(8388건)과 2018년(9227건), 2019년(1만 434건)에 매년 급격하게 늘어났다. 4년 동안 증가율이 무려 80%에 달했다. 특히 10세 미만 어린이가 받은 세대생략 증여만 1076건, 재산가액으로 2609억이었다.

◆‘부의 대물림’에 20·30대 자산격차 커져

이에 따라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내에서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 184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2200만원 증가한 수치다.

20·30대의 전체 평균 자산은 늘었지만, 상·하위 20% 간 자산 5분위 배율도 커졌다. 이들의 자산 5분위 배율은 2019년 33.21배에서 지난해 35.20배로 확대됐다. 5분위 배율은 5분위의 평균을 1분위 평균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배수가 커질수록 불평등도가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 하위 20%인 1분위의 평균 자산은 2473만원으로 전년 대비 64만원(2.6%)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의 평균 자산은 8억 7044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7031만원(8.8%) 증가했다.

연령별로 20대가 30대보다 자산 격차가 더 컸다. 지난해 20대 가구 하위 20%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115만원(-11.9%) 감소한 844만원, 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817만원(2.5%) 늘어난 3억 2855만원이었다.

소득 격차는 20대가 30대보다 더 작았다. 소득 차이가 20대 가구의 자산 격차를 벌린 것이 아닌 부의 대물림 때문이라는 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20대 가구의 자산 분위별 소득을 분석한 결과, 상위 20% 자산을 가진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5262만원, 하위 20%의 평균 경상소득은 2145만원이었다. 20대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45배로, 30대 소득 5분위 배율인 3.05배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각에선 20대 가구의 자산 격차가 소득 차이가 아닌 부의 대물림 때문이라는 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부모 찬스에 이어 조부모 찬스, 가족 찬스 등으로 재산을 불리는 이들로 젊은 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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