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9.30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9.30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최대한 억제하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전세대출 제한을 검토하는 가운데 자칫 서민·취약계층 실수요자에 타격을 받을까봐 충격을 최소화하는 묘수를 찾는 데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과 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SGI)이 보증을 제공한 전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은 총 174조 7천억원이다.

2017년 말 잔액 64조 1천억원과 비교하면 3년 6개월만에 2.7배로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7조 3천억원이 늘어 매달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2017년 말에서 올해 6월 말까지 늘어난 가계대출(한은 가계신용동향 기준) 335조원의 3분의 1 정도가 전세대출인 셈이다.

특히 HUG와 SGI의 보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HUG가 보증하는 전세대출 잔액은 이 기간 8조 2천억원에서 37조 1천억원으로 크게 급증했고, SGI의 잔액 역시 16조 6천억원에서 54조 1천억원으로 가파르게 급증했다.

소득 제한을 두지 않는 SGI 전세대출은 이용자의 24%가 주택 보유자(1주택)다. 전세대출은 이들 보증기관이 대출자금의 80∼100%를 보증하므로 대출 집행 금융기관은 돈을 떼이지 않거나 최대 20%만 손실을 본다. 따라서 금리도 일반적으로 2%대(청년·저소득층은 1%대)로 낮은 편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폭증세는 단순히 전셋값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낮은 금리도 대출 수요를 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정책금융기관장과 간담회 후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금리 등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을 손보는 방안을 시사했다.

전세대출을 방치하고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통제하기 어렵지만, 전세대출을 죄면 실수요자의 강한 반발과 서민·취약계층의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전세대출 제한 방안은 보증비율 축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 반영,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 등이다. 모두 다 수요자에 미치는 영향이 막심하다. 현재 80∼100%인 보증비율을 하향 조정한다면 은행이 책임지는 위험이 커지므로 금리가 오르고,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무엇보다 아파트를 제외한 서민주택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가계부채 잡고 싶은데 잘못 손대면 서민타격 받을라” 금융당국 전세대출 규제 고심

보증비율을 낮추면 금리만 오르는 게 아니라 은행이 외곽지역 빌라 전세 세입자에게는 전세대출을 아예 안 내주려 할 것이 예상돼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곧 보증비율 축소는 은행이 우량 전세대출 물건을 골라 대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도록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고승범 금융위원장·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의 경제 수장들이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 실수요자에게도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을 강조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DSR에 전세대출을 반영하면 대출자에게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이달 중순에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시장의 기류다.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불리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과 자녀교육, 부모 봉양 등으로 전세가 꼭 필요한 1주택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나올 가계부채 보완대책에서 전세대출 부분은 제외되고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추이를 더 지켜본 이후 전세대출 규제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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