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계대출 마지노선 벌써 5∼6% 뚫려

실수요자 추가 대출 불가피

집값·전셋값 급등에 시장혼란

금융당국의 현실감 없는 규제인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시중에 풀린 역대급 유동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집값을 올린 주요인이 됐고, 이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이어져 가계대출을 폭증하게 했다. 그런데 너무 올라버린 집값 전·월세로 인해 수요자들이 다시 빚을 내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강력한 억제에 나서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만 키우고 있어 부동산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은 여전히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목표한 가계대출 증가율 5~6%선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오로지 가계대출 억제에만 목표를 너무 타이트하게 설정하면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율 ⓒ천지일보 2021.9.14
가계부채 증가율 ⓒ천지일보 2021.9.14

◆8월 가계대출 연간 관리선 찍어

가계대출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가릴 것 없이 크게 증가해 이미 금융당국이 목표로 하는 가계대출 연간 관리선(증가율 5∼6%)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 3천억원으로 작년 말(988조 8천억원)보다 5.8%(57조 5천억원) 증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계대출 증가율(6.7%)은 둔화했으나 증가폭(59조 9천억원)은 엇비슷한 수준이며, 2019년의 연간 증가액(60조 7천억원)에 육박한다.

또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역시 올해 들어 8월까지 87조 4천억원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 증가폭(60조 2천억원)을 훌쩍 상회했다. 작년 말의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1630조 2천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5.3% 증가했다.

다만 8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증가액이 8조 5천억원으로 전월(15조 3천억원)이나 작년 8월(14조 3천억원)보다는 확연하게 둔화했고, 올해 들어 월평균 증가액(10조 9천억원)과 비교해도 낮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8월부터 본격 시행한 가계대출 억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에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 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고,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조치에 나섰다. 이 때문에 대출받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실제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마저도 대출이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맞아 자칫 엉뚱한 곳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 연령대별 전세대출 잔액 추이. (제공: 김상훈 의원실)
5대 시중은행 연령대별 전세대출 잔액 추이. (제공: 김상훈 의원실)

◆전월세 실수요자 계속 빚내야하는 악순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권의 강력한 대출 억제로 10% 육박했던 작년처럼 폭증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대출 수요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기에 사실상 관리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 부동산시장에서는 집을 사든 전셋집을 구하든 담보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올랐고, 주택을 사려거나 전월세에 들어가려는 실수요자들은 이사하려면 현재 거주하는 곳보다 더 올랐기 때문에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인 것.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더 저렴한 곳을 찾아야 되는데 이도 쉽지 않다. 결국 전세대출이든 담보대출이든 계속 빚을 내야하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이 된 데는 28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을 내놨던 문재인 정부의 영향이 크다. 발표 때마다 풍선효과를 야기했고,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 정권 초기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세력으로 보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올리는 등으로 이를 잡으려 했으나 매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정부는 뒤늦게 공급부족이 원인임을 인정하고 공급대책에 나섰으나 이 역시 민간사업보단 공공 중심으로 하려 하다 보니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또한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물량 등으로 공급하려 했지만, 시장의 욕구를 채우는 데 실패했고, 그러는 사이 집값은 계속 뛰었다.

여기에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통과 및 시행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신규 전세물건이 줄어든 데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전세 물량은 쪼그라들었다. 결국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전셋집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은 계속 올랐고, 이는 실수요자들에게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도록 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요를 나타내는 지수가 1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수요가 줄고 전세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0.6로 전주인 110.4보다 0.2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전세매물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지수화 한 것이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아지거나 수요가 적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아지거나 공급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7.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DB

◆진퇴양난에 빠진 금융당국

주택 관련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전세대출을 잡아야 하는데 실수요 중심이라 쉽지 않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대출규제만 하면서 결국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만 키우고 있다.

올해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5.9%(42조 3천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7%(15조 2천억원) 각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작년 동기와 같고 2019년(26조 7천억원)보단 무려 62%(15조 6천억원)나 많다. 다만 신용대출(15조 2천억원)이 작년과 비교하면 14.1%(2조 5천억원)나 감소했다. 이에 비춰보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은 역시 부동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진퇴양난이다. 목표한 가계대출 연간증가율 5∼6%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선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증가세를 잡아야 하는데, 이를 잡기 위해 더 강력하게 규제할 경우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막힌 채 부동산시장은 더 불안감을 키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맞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첫날인 26일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DSR은 대출심사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합산하는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말한다. ⓒ천지일보 2018.3.26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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