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첫날인 26일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DSR은 대출심사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합산하는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말한다. ⓒ천지일보 2018.3.26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3.26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정책을 내세운 여파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국이 다음 달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은행의 대출이 중단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오는 29일부터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168조 8297억원으로 지난해 말(161조 8557억원)보다 4.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7.38%), 하나은행(5.04%)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연 5∼6% 증가율)를 이미 넘어선 데 이어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마저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대출 한도를 더 줄인다. 우선 전세대출의 한도는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한다. 또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분양가나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뀐다. 대부분 분양가가 기준이 돼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출 한도를 늘려달라는 실수요자들의 호소가 잇따라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7일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 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2명의 자녀를 둔 40대 후반의 가장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2010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추진하는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아파트에 생애 최초 자격으로 사전청약에 당첨됐다.

그러나 본청약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11년 만인 올해 10월 입주하게 됐다. A씨는 입주를 기다리는 동안 전셋집을 전전했고, 입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까지 전셋집에 거주 중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A씨가 청약에 당첨됐던 2010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A씨가 사전청약을 할 당시 비조정 지역이었던 하남 감일지구는 2018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이에 따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A씨는 잔금을 치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A씨는 “지금도 이렇게 어려운데 29일부터는 일부 은행들이 아파트 집단대출을 감정가가 아닌 분양가와 감정가 중 더 낮은 금액으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한다”며 “돈 없는 서민은 입주도 하지 말고 길거리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7일에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B씨는 “월세·전세 이사도 여러 차례, 청약으로 처음 집을 장만하게 됐다. 열심히 모았지만 자금이 부족해 집단대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입주자에 대한 대출은 한도를 따지지 말고 막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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