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중국 광둥성)=AP/뉴시스]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이 역외 채권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파산 위기에 몰리자 국제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3일 헝다 그룹 본사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선전(중국 광둥성)=AP/뉴시스]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이 역외 채권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파산 위기에 몰리자 국제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3일 헝다 그룹 본사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헝다 위기에 금융시장 불안

“달러 대신 美주식 사야 안전”

국내 반등요인 찾기 어려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금융당국의 대출억제에다 최근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위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발생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이 지속적인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풍선효과와 역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주택시장은 여전히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전혀 식을 줄을 모른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 ‘빚투(빚내서 투자)’의 지속 가능성도 점점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비해 미국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헝다그룹 파산위기에 시장이 받을 충격은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흐름과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각국 정부·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차입 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 에버그란데)는 20여년 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부실 대기업들을 연상케 한다.

35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헝다는 중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세계 130여개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자칫 헝다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 대기업의 부실 문제를 표면화하면서 금융부실을 부각할 수 있을 우려가 있어 위협적인 리스크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테이퍼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고, 점도표(dot plot)에서는 18명의 연준 위원 중 9명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파월 의장이 고수하고 있는 2023년보다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열려 내년에도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이나 조기 금리 인상이 국제 금융시장에 2013년처럼 ‘긴축 발작’과 같은 패닉을 몰고 올 가능성은 크진 않다. 다만 달러 자금 이탈로 신흥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를 대비해 한은이 외환보유고를 더욱 늘리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에 성공해야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대출규제·금리인상 등에 혼란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10월이나 11월에도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이 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여가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6% 내에서 묶기로 했지만 이미 5%가 뚫렸다. 금융위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융위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너무 인지하지 못한 채 6%내에 묶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발생하고 있어 부동산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작년 역대급의 유동성 홍수 속에서 광풍을 이룬 ‘빚투’도 이제는 막을 내리게 될 상황을 맞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헝다그룹이 파산할 확률이 80%정도로 보는데, 파산할 경우 리먼사태처럼 아주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인데 헝다그룹의 파산이 중국경제를 위축시켜 한국경제는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며 주식시장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의 위안화 결제비중이 국제금융시장에서 3%정도를 차지하는데, 크진 않지만 국제금융시장에도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의 11월 페이퍼링 실시와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데, 우리나라도 올해 추가로 금리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식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비해 “세계 주식시장에서 미국이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한국은 1.6%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달러를 사는 것보다 미국주식에 편입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미국주식에 60% 비율로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도 이 같은 비중으로 미국주식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6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0.40% 올라 4주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8주 연속 최고 상승률 기록 중이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9.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6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0.40% 올라 4주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8주 연속 최고 상승률 기록 중이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9.11

◆국내증시 침체된 하반기

국내 증시는 하반기 들어 계속된 외국인의 매도세와 주춤한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요국에서 하반기 수익률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월 말 3296.68에서 명절 직전인 이달 17일에는 3140.51로 156.17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하반기 상승률은 -4.74%다. 코스피가 2개월 이상 박스권 장세를 보이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하반기 수익률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상반기만큼 상승세는 아니지만, 코스피는 그중에서도 가장 저조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교수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데, 정부가 어떤 기업하기 좋은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내년 대선까진 주춤한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전 세계에서 증권거래세를 받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정도다. 증권거래세를 낮춰야 하며, 중국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면서 증시가 위축됐는데, 우리 또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4차 산업을 발전시킬 좋은 환경을 잘 활용해 장점을 살려서 주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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