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의 아파트 절반이 5억원 이상이라는 통계가 26일 발표됐다. 또 서울의 소형아파트 평균매매값이 8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상승이라는 사회적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남산타워에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남성.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의 아파트 절반이 5억원 이상이라는 통계가 26일 발표됐다. 사진은 남산타워에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남성. ⓒ천지일보DB

文정부 임기 종료 D-9개월

뒤늦은 공급, 효과는 4~5년 후

‘고점 경고’에도 시장은 냉담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부동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집값 고점’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부족해 보인다. 이에 임기가 9개월밖에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집값을 잡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부동산 레임덕’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만료는 내년 5월 9일이다. 임기 만료까지 9개월 정도 남았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겠다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3기 신도시’와 ‘사전청약’ 등 계획이 그 대책이다. 단, 착공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계획’이기 때문에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통상 4~5년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계획에 그치지 않다는 것을 반영이라고 하듯 집값 고공행진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4주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0.27%, 수도권은 0.36%, 서울은 0.18% 올랐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난 2019년 7월 이후 24개월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7월까지 매월 0.1%씩 오르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집값 상승세에 정부는 급한 불이라도 꺼보려고 ‘새 종합부동산세’ 적용,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반작용으로 매물이 주는 ‘거래절벽’ 현상이 심해졌고, 상승세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1만 1721건이다. 지난달보다 10.8%,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9.8% 줄어든 수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여론이 나오자 정부는 대책 마련보다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활용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집값이 급락할 거란 암시를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 고점론’을 거론하며 집값의 하락을 암시했다.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반영되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집값 상승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의도로 한 발언이었겠으나, 서울의 집값은 계속 상승세였다.

홍 부총리는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집값 과열을 언급했고, 지난달 28일 대국민 담화에선 “전문가와 여러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며 “불안감에 의한 추격 매수보다는 진중하게 결정할 때”라고 경고했다.

경제부총리의 발언에도 집값 상승세는 진행형이고, 대선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세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은 다시 규제로 시장을 잡아보기로 했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데드라인’을 정해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장기보유특별세 공제로 1가구 1주택자에게 거주·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12~80%까지 감면해주는 것이다. 단, 오는 2023년 1월 1일까지 주택을 팔지 않으면 감면 기준이 되는 기간을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적용한다. 즉 내년 연말까지 1주택자가 되지 않으면, 이후 1주택자가 되더라도 양도세 감세 혜택을 최저 수준으로 받게 된다.

부동산.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여당의 이 같은 규제가 시장에서 효과를 거두더라도 임기 내에 시장이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다. 공급탄력성이 떨어지는 주택 공급의 특성상 뒤늦게 추진한 공급정책이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수년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재정 확대로 세계적으로 집값이 9.4%(OECD 기준) 오른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레임덕 현실화에 대한 우려에 무게감이 실린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시장 상황을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 같다”며 “완화 없이 규제정책만 펼친다면 레임덕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급을 추진하겠다면서 공공 주도가 아니면 허가를 안 해주니, 수백건의 민간 재건축도 발이 묶여있다”면서 “출구도 안 만들어주면서 공급수요를 다 막아버리니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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