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물가 2.6% 상승… 9년여 만에 최대 폭

인플레 우려에 “낮은 물가상승률 반사효과”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제 소득은 줄어든 반면 물가와 집값, 금리가 치솟으면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반사효과’라고 일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해당 현상이 일어나면 이자가 상승하고 실질 소득이 낮아져 생활고를 가중한다. 서민들에게 그 자체로 고통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면서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의 물가 오름세가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 번 오른 상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뛰어 약 9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2.3%)에 이어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범위(2%)를 넘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는 각각 3.3%, 13.0% 상승했다. 농산물 오름폭은 16.6%로 가파르다. 원재료 값이 뛰면서 국수(7.2%), 식용유(6.3%), 두부(6.2%)는 물론 빵값(5.9%)까지 올랐고 석유류는 23.3%나 수직 상승했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둔화하고, 국제유가 오름세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반기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아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려는 상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식료품 가격 등이 엄청나게 올라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 금리는 상승세다. 지표 금리인 국채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시중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직전 저점이었던 작년 8월(2.55%)보다 0.36%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작년 8월(2.39%)보다 0.34%p 높았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0.79%p 상승했다.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전년(1521조8천억원) 대비 144조 2000억원 불었다. 가계대출의 약 70%는 변동금리로 금리가 1%p 오르게 되면 이자 부담은 약 12조원 늘어난다.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값, 전월세가 위로만 향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값은 0.40% 올라 지난 1년 내내 상승해 전월(0.35%)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물가와 금리,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밖에 없다”는 한탄이 나오게 되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1만 8000원(0.4%) 증가한 438만 4000원으로 집계된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3만 9000원(1.6%) 늘어난 241만 9000원을 기록했다. 소득이 늘어났어도 나가는 돈이 더 늘어나 소득 증가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그나마 소득이 증가한 것도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일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지난해보다 1.3% 줄어든 277만 8000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전국 가구 가운데 적자 가구 비율은 24.6%다.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26.4%)보다 다소 나아진 모습이지만, 소득 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60.6%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수출 호조로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다. 그러나 가계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또 대면 서비스업가 코로나로 휘청거리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민생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여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내 서비스업과 자영업은 상당 부분 마중물을 부어줘야 하는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그대로 뒀다간 코로나 이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택과 집중으로 취약계층을 구제하고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으로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선이다.

또한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은 대선을 앞둔 ‘퍼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여당의 전국민 재난금 지급은 명백히 대선을 포석에 둔 결정이다”면서 “국민을 위로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경기부양 효과는 그 비용 가지곤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목적이 너무나 분명하며, 연말이 되면 한 번 더하자고 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여당이 이미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총선에서 승리한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전국민 지급 결정은 순수한 의도라기보단 목적이 뻔히 보여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보급도 되고 있고 경제가 정상화를 향해가는 상황에서 표를 의식한 재정정책은 국가부채만 빠르게 늘리고 결국 국가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킬 뿐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재난지원금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도 올릴 수 있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