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통화긴축 카운트다운, 금리상승 속도 빨라질 듯

코로나19 1년간 가계 빚 10%, 153.6조 급증

신용대출 금리 작년 8월대비 1%p↑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난 1년여간 이어진 완화적 통화정책이 조만간 종료되고 긴축으로 선회될 분위기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인상여부는 경제상황에 달려있다고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그간 이 총재는 금리조정 여부, 특히 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발언해 왔으나 이날 금통위에서도 인상에 대해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결국 입을 열었던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그에 따른 우리 경제 회복 흐름의 속도와 강도 등을 지켜보면서 적절히 통화정책을 전개해나가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경제회복을 전제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등으로 인해 1765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부담이 커질 우려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 금리가 미리 뛸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가계가 갚아야 할 이자도 갈수록 불어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1분기 말(1611조 4천억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만에 153조 6천억원(9.5%)이 불어났다. 올해 1분기에만 37조 6천억원이 늘었는데, 금융당국의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커지는 속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6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이다. 작년 4분기 말(1631조 5천억원)보다 34조 6천억원이 또 늘었다. 1분기에만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이 20조 4천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도 14조 2천억원이 증가했다.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첫날인 26일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DSR은 대출심사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합산하는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말한다. ⓒ천지일보 2018.3.26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DB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어도 아직 코로나19가 잡히지 않는 데다 소비심리는 위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인상 준비에 들어간 이유도 바로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도 있으나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에까지 영끌·빚투 등으로 투자하기 위해 대출은 점점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 총재 역시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 대응하고자 가계 채무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행태가 강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도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이미 지난해 7∼8월 저점을 지나 계속 오르는 추세다.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압력) 등이 반영되면서 채권 금리 등 은행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3월(2.88%)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한 달 새 변화가 없었지만,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을 두 달 연속 유지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0.99%p) 높아진 상태다.

이미 이달 금통위 이후 채권 금리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앞날보다 3.8bp(1bp=0.01%포인트)나 오른 연 1.16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5년물, 2년물도 각 2.1bp, 3.5bp, 3.2bp 뛰어 연 2.132%, 연 1.673%, 연 0.957%에 이르렀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