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양곤지점 임시폐쇄… 주재원 단계적 철수 검토
국내은행 11곳, 카드사 3곳 미얀마에 거점 두고 있어
우리銀, 철수 계획 없어… 희망자 한해서 귀국조치 중
국민銀, 전직원 재택근무… 현지 핫라인 구축해 예의주시
신한은행·카드, 그룹 차원에서 일시적 철수 결정 가능성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미얀마에 진출한 신한은행 현지 직원이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의 안전과 관련해 현지 진출 은행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면서도 현지 철수나 지점 폐쇄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신한은행 미얀마 양곤지점 직원이 출퇴근 전용 차량을 이용해 귀가하던 중 미얀마 군경이 발사한 총격을 맞았다. 피격 당시 군은 차량이 검문에 불응하자 사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중태에 빠졌다.
미얀마는 현재 시위대에 대한 군·경찰의 무차별적인 유혈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출퇴근 차량에 회사 로고가 없었던 점을 미뤄 한국기업을 겨냥한 공격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미얀마의 불안한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총격을 입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양곤지점은 직원 36명(주재원 3명, 현지직원 33명)이 근무했다. 쿠데타 발발 이후 중앙은행의 정상근무 지시에 따라 최소인력으로만 영업해왔다. 위기상황 매뉴얼에 따라 최소 운용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 중이다. 업무도 미얀마 진출 기업 업무만 취급하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신한은행은 위기상황 3단계로 격상하고 양곤지점을 임시폐쇄하는 한편 주재원들의 단계적인 철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양곤지점 거래 고객을 위한 필수 업무는 한국 신한은행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미얀마에 현지법인·사무소·지점을 운영하는 다른 은행 및 카드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미얀마 정국이 안정됐을 경우 정부의 눈에 날 수 있기에 철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 11곳은 미얀마에 현지법인·사무소·지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모두 미얀마 양곤에 법인·사무소·지점을 두고 있다. KDB산업·한국수출입·IBK기업 등 국책은행 3사 역시 양곤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DGB대구은행과 Sh수협은행은 각각 바고, 네피토에 현지법인이 있다.
이들은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긴밀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현지법인 철수 계획은 없으나 최소한의 업무유지를 위해 필수인원만 단축근무 중에 있다”며 “희망자에 한해서 직원의 가족을 귀국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미얀마 현지법인은 국내 파견직원 4명을 포함 506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KB미얀마은행에는 국내 파견직원 4명을 포함해 총 38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 직원 재택근무 중”이라며 “현지와 핫라인을 구축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본국 직원 철수 여부는 외교부의 교민철수 방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현재까지 현지법인과 영업점은 정상 영업 중이며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대사관의 조치에 따라 차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은행은 현지법인 철수에 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타국에서의 금융업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금융업 특성상 점포 폐쇄 및 직원 철수는 사업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추진 중인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열 카드사 3곳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6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현지에 국내 직원 3명을 파견한 상태이며 이번 미얀마 사태 이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 안전을 위해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경우 그룹 차원에서 일시적 철수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와 비슷한 시기에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카드는 미얀마 북부 만달레이 4개 주에 24개 영업점을 두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미얀마 현지 영업점의 주재원 3명은 정상출근하고 있으며 나머지 현지 직원 466명은 재택근무로 전환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수시로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카드는 미얀마 현지 진출을 위해 직원 1명이 파견된 상태다. 현재까지 미얀마 현지에 주재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급변하는 현지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수익 다각화의 방향으로 수년간 동남아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맞물려 미얀마 등 개발되지 않은 시장에 대해 선점 경쟁이 진행됐었으나 쿠데타 및 반발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카드사 및 은행사의 해외사업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함부로 발을 뺄 수 없는 금융권의 입장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현지 당국이 어려울 때 떠난다며 추후에 재진입이 어렵다고 압박할 것을 대비, 금융회사가 요청하면 ‘한국 당국의 명령에 따라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주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외교당국과 협의해 현지진출 금융사 직원의 안전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비상대응절차에 따라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영업점 임시 폐쇄 및 전 직원 재택근무 전환 등 조치, 주재원 단계적 철수 등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전날 미얀마 사태와 관련 “필요시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해 교민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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